보시라이 몰락 확정 … 세기의 재판 막내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위들에게 상체를 제압당한 채 중국 산둥성 고급 인민법원 상소심 재판정에 선 보시라이. [지난 로이터=뉴스1]

중국 산둥(山東)성 고급 인민법원이 25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상소심에서 무기징역과 정치 권리 종신 박탈, 개인 재산 몰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1981년 문화대혁명(1966~76년)을 단죄하기 위한 장칭(江靑) 등 사인방 재판 이후 최대의 정치 재판으로 불린 보시라이 사건이 종결됐다.

 2011년 11월 보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사업상 이유 등으로 살해하면서 시작된 희대의 정치 스캔들이 보의 몰락으로 끝난 것이다. 중국은 2심제를 채택하고 있어 상소심 판결이 우리의 대법원 판결에 해당한다.

 고급 인민법원은 이날 보 전 서기에 대한 별도의 심리 없이 상소를 기각하는 형식으로 원심을 확정했다. 보 전 서기는 뇌물수수와 공금 횡령, 직권 남용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2일 산둥성 지난(濟南) 중급 인민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으며 곧바로 상소했다. 중급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뇌물수수액 2179만 위안(약 38억원)의 94%에 해당하는 2044만 위안과 공금 횡령액 500만 위안을 인정하면서 전액 환수토록 명령했다.

 중국 혁명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대 정치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에 대한 재판이 큰 혼란 없이 마무리되면서 시 주석의 권력 입지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18기 당중앙위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전에 정치적 부담을 털어내면서 시 주석의 통치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보 전 서기 비호 의혹을 받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의 사법 처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미 시 주석의 지시로 저우 전 서기의 비리조사특별팀이 구성돼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저우 전 서기의 비서 출신인 궈융샹(郭永祥) 전 쓰촨(四川)성 부성장이 부패 혐의로 당 기율위의 조사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20여 명의 저우 측근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저우 전 서기가 사법 처리될 경우 문화대혁명 이후 경제사범으로 처벌된 첫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다.

 중국 정치의 소프트웨어로 불리는 이념 투쟁 주도권도 시 주석이 갖게 됐다. 시 주석과 보 전 서기는 모두 공산혁명 원로의 아들로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나 고위 공직자 자제 출신) 핵심으로 통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추구한 반면 보 전 서기는 평등을 우선시했다. 마오쩌둥 식 좌파의 핵심에 위치한 보 전 서기가 부패 혐의로 몰락함에 따라 시 주석은 다음 달 3중전회에서 좌우를 넘나드는 실용적 이념과 국가 전반에 걸친 개혁 노선을 큰 반발 없이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