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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매그로 힐」출판 사장 「앤더슨」씨 회견에서|퇴조길 세계 출판 업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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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의 출판 업계는 뚜렷한 퇴조 상태를 계속해왔다. 발행 부수 6백만을 자랑하던 미국의 「새터디·이브닝·포스트」가 쓰러졌는가 하면 「루크」지는 2백만 부를 줄이겠다고 계약 광고주들에게 통고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출판물 발행고도 매년 격감 추세에 있다. 이것은 얼마 전부터 출판물을 대신하기 시작한 「텔리비젼」과 다양한 「레저·붐」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판 업계가 뚫어야할 돌파구는 어디에 있는가. 때마침 중앙일보사 초청으로 내한한 세계 최대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미 「매그로 힐」출판사 해외 출판 담당 사장 「러셀·앤더슨」씨는 세계 출판계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전망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10년 전 2천여 종이던 미국내의 일간지는 그 동안 5백 여종이나 줄어들었다. 세계 제l의 도시인 「뉴요크」만해도 3년 전엔 6, 7종이었지만 현재는 조간 2종 석간 1종으로 고작 3종. 일반 독자를 상대로 하는 잡지들도 이러한 일간지들의 퇴조와 함께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다.
신문·잡지의 이러한 퇴조 현상은 「텔리비젼」, 「레저·붐」에 그 원인이 있겠으나 제작 「코스트」의 인상과 광고 문제도 빼 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근년에 이르러 각 출판 업계의 소유주가 여러 갈래로 분산되고 피고용인의 수가 증가됨에 따라 피고용자의 발언권이 강해져 대우는 눈에 띠게 높아졌다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광고수입의 증가가 뒤따라야 하는데 광고주들은 보다 효과적인 광고를 노리고 있어 신문·잡지경영에 문젯점을 던져 주었다.
광고가 전문 잡지에 몰리기 시작한 것은 전문 잡지들이 각기 그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골프·사냥·스키 따위의 전문 잡지가 있다고 하면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은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계속 그 잡지를 구독할 것이고 따라서 그에 관한 광고는 일반 신문·잡지에 내는 것보다 그 전문 잡지에 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매그로·힐」이 발행하고 있는 「비즈니스·위크」(발행 붓수 70만·광고비 연4간 만 달러)는 보다 독특한 방법으로 판매와 광고에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책은 일반 판매는 않고 각종 업체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 등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판매하며 광고주에게는 독자 명단을 제시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미리 암시한다. 이러한 광고·판매 방식을 채택한다면 한국에서도 1만5천부 정도의 발행 붓수만 가지고도 훌륭하게 흑자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매그로·힐」이 지난 4월 창간한 전자 공업에 관한 또 하나의 전문 잡지도 곧 그 분야에서 가장 많은 붓수를 올려 전문 잡지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있다.
출판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카세트」의 등장은 활력소로서 크게 각광 받고 있다. 「카세트」라면 흔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도구 정도로 밖에 이해되지 않고 있으나 최근 구미 여러 나라에선 카세트를 일종의 출판물로 활용, 대대적으로 보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즉 매주 한번씩 각 분야의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카세트에 담아 그것을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이것은 읽기에 지친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켜 곧 「카세트·붐」까지 일으킬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미국·일본 등지에선 「오디오」(듣는) 뿐만 아니라 「비디오」(보는) 카세트까지 개발하여 한 걸음 더 앞섰다.
결국 출판은 카세트와 같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 않는 한 퇴조는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으며 보다 새로운 시도만이 출판의 활로일 것이다.<정규웅 기자>

<기자로 명성…아직도 편집엔 직접 가담하는 59세의 예비역 해군 대령>러셀·앤더슨씨 <프로필>
영국인 부인을 가진 씨는 「런던」에 사무실을 두고 연중 합작 회사가 있는 나라들을 순방하는 것이 주무이다. 그는 원래 기자로 출발하여 「스페인」내란과 「덩케르크」철수 작전, 「루소-핀란드」전쟁 등을 취재하는 동안 세개의 미국 일간지와 INS 통신사 기자로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사업 관계를 주로 맡고 있지만 이와 같은 배경 때문에 아직도 편집 분야에 직접 가담하기도 한다고 한다.
당년 59세인 그는 예비역 해군 대령이며 아직도 매년 2주 동안 지중해의 6함대에 소집되어 훈련을 받고 있다.
일본에는 사업 관계로 매년 세 번 정도 방문하지만 한국은 이번이 처음인 씨는 짧은 체한 동안에도 덕수궁 박물관과 비원을 방문하고 한국이 걸어온 오랜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그러면서 서울이 이처럼 큰 도시인줄 몰랐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한국의 문명이나 발전상이 외부에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은걸 아쉬워했다. 방한을 앞두고 일본 여행사를 찾아가 한국 소개 책자를 얻으려해도 전연 얻을 수 없었다고 일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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