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볼 수 없던 자동차 속살, 껍질 벗겨 전시한 까닭은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지난 16~19일 경기도 화성의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앞마당에서 `현대기아 R&D 모터쇼`가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엔 현대·기아차 29대, 경쟁차 61대 등 총 90대의 완성차를 전시했다. 기아는 공식 출시를 앞둔 신형 쏘울(사진)의 절개 모델을 공개했다.

지난 16~19일 경기도 화성에서 특별한 모터쇼가 열렸다. 화려한 조명과 세련된 무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시는 잔디마당에서 진행됐다. 맑은 날엔 뙤약볕 쬐면서, 궂은 날엔 부슬비 맞으며 봐야 한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18일 찾은 화성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의 ‘현대·기아 연구개발(R&D) 모터쇼’는 없는 게 많아 오히려 즐거웠다. 예컨대 차 주위엔 펜스가 없다. 문도 잠가 놓지 않았다. 누구든 자유롭게 타볼 수 있다. 입장료도 없다. 이 행사는 2005년 처음 시작됐다. 해외 경쟁 차종을 접할 기회가 드문 협력사와 정보를 나누기 위해 마련했다. 2007년부터는 일반 관람객에게도 빗장을 활짝 열었다.

‘현대·기아 R&D 모터쇼’의 전시 규모는 약 1만㎡. 올해는 현대·기아차 29대, 경쟁차 61대 등 총 90대의 완성차를 전시했다. 전시차는 대형 11대, 중대형 13대, 준중형 11대, 친환경차 9대 등 장르별로 구역을 나눠 세워 놨다. 따라서 현대 에쿠스와 기아 K9를 메르세데스 벤츠 S 500, BMW 750Li, 렉서스 LS460, 폴크스바겐 페이톤 등과 한 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었다.

유럽에서 공개했던 현대 i20월드 랠리카.

도요타 하이랜더, 사이언 xB, 쉐보레 에퀴녹스, 마쓰다 CX-5, 미쓰비시 아이미브 등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차종도 둘러볼 수 있었다. 유럽에만 파는 현대 i10과 기아 씨드, 브라질 현지 전략 차종인 현대 HB 시리즈 등 한국에선 만날 수 없는 현대·기아차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압도적 덩치의 벤츠 악트로스와 화려한 현대 i20 월드랠리카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완성차보다 더 흔치 않은 구경거리는 절개차다. 내부 구조와 소재를 볼 수 있게 반으로 싹둑 자르거나, 겉껍질만 오롯이 벗겨낸 차를 말한다. 기아차는 이곳에서 공식 출시에 앞서 신형 쏘울을 낱낱이 파헤친 상태로 공개했다. 닛산 리프, 도요타 아발론, 폴크스바겐 골프, 혼다 시빅 등의 수입차도 예외없이 전신 수술을 거쳐 앙상한 뼈대와 민감한 속살을 드러냈다.

현대·기아차는 하나 개발하는 데 수천억원 든다는 플랫폼(차의 밑바탕을 이룬 골격)도 차급별로 전시했다. 관람객은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플랫폼을 실제로 보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플랫폼은 해당 차종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철판을 겹치고 구부린 구조, 용접 포인트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회사 관계자도 쉽게 보기 어려운 부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개발 중인 신기술도 대거 전시했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만든 차 지붕이 대표적이다. 무게가 6.5㎏으로 기존 철판 지붕의 절반에 불과하다. 부품 개수도 기존의 6개에서 3개로 줄일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뒷바퀴 굴림 고성능 차에 이 지붕을 적용할 예정이다.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BMW가 5시리즈와 3시리즈에 도입한 기술로 스마트키를 가진 사람이 뒤범퍼 쪽에 발을 갖다 대면 트렁크 뚜껑이 스스로 열린다. 현대·기아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차 뒤에 3초간 서 있으면 트렁크가 열렸다. 따라서 범퍼 뒤에 장애물이 있거나 견인 고리를 부착한 경우에도 불편 없이 작동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김진호 차량분석팀장은 “올해는 1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며 “일반인 대상으로 이런 행사를 여는 자동차 업체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렇게 강조했다. “최근 중국 관람객이 부쩍 늘어 보안 걱정도 있다. 그럼에도 해마다 반년 이상 준비해 모터쇼를 하는 이유는 이 행사의 주제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바로 동반성장과 소통이다.”

화성=김기범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