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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경쟁률 100대 1 "그래도 취직이 낫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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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학교 졸업반인 최모(26·한국외국어대 4학년)씨는 23일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하루 종일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전날인 22일 삼성그룹입사시험(SSAT)에 불합격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22일 오후 5시40분쯤 SSAT 합격자를 발표했다. 최씨는 본인의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서 빠지자, 대학 친구 3명과 밤새워 술을 마셨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에 지원한 최씨는 “9만3000여 명이 시험을 봤다고 해서 걱정은 했지만 그래도 석 달 동안 준비했는데 불합격될 줄은 몰랐다”며 “제일 가고 싶은 곳이었고 제일 하고 싶은 직무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윤성철(26·중앙대 경제학과)씨는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봤다. 윤씨가 지원한 신한은행이 이날 오후 6시쯤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올 하반기 공채는 200여 명 채용에 1만5000명이 몰려 경쟁률 75대 1을 기록했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윤씨는 “은행권 초봉은 40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신의 직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창업을 권장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크지만 정작 대학생들은 창업 쪽엔 눈길도 안 주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대학생 이세라(23·숙명여대 영문과)씨는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이공계가 아닌 문과 학생이 어떻게 창업을 할 수가 있느냐”며 “창업을 해봐야 음식점 정도밖에 할 수 없는데 음식점 차리려고 대학까지 공부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금융권이나 대기업 취직을 희망하는 학생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9월 말 시작된 하나은행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에는 1만34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예상 채용 인원은 100명이어서 경쟁률이 134대 1에 달했다. 220명을 뽑는 기업은행에는 2만1000명이 지원해 경쟁률 95대 1을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200명 채용에 1만8000명이 몰려 경쟁률이 90대 1이었다.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입사 경쟁률도 각각 사상 최대 수준인 22대 1, 83대 1을 기록했다. 취업준비생 10만 명 이상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600명을 뽑는 데 5만 명이 몰렸으며, 300명을 뽑는 KT엔 4만5000명이 몰렸다. LG유플러스도 100명을 뽑는 데 1만8000명이 서류를 냈다.

 이처럼 취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중·고등학생 대상 사교육 업체 메가스터디와 토익 교육업체 해커스교육은 대기업 입사시험 전담 자(子)회사를 설립했다. 해커스교육은 “강사가 SSAT 공식이나 개념을 정리해준 뒤 기출문제·예상문제도 별도 제공하는 ‘벼락치기’ 강의는 한 반에 1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라고 밝혔다. 메가스터디 역시 ‘SSAT 강의 최다 수강생, 최다 합격자 배출’이라는 광고 문구를 앞세우며 삼성 입사 전형에 필수 어학시험인 ‘오픽’이나 ‘토익 스피킹’과 ‘SSAT 강의’를 엮은 ‘패키지 상품’을 홍보 중에 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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