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은 시혜 아니다 … 갑을 벗어나 파트너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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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89년 7명으로 시작했던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회원은 2006년 100명을 넘겼고, 지난해 150명이 됐다. 이행희 KCMC 회장은 “과거엔 글로벌기업 한국 법인장이 외국인이나 재미동포·유학파 위주였지만 이제는 한국 사정에 정통한 한국인 법인장이 많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대변혁의 시대, 질풍노도, 적과 동지…. 포럼 주제로는 너무 강한 단어만 내세운 것 같겠지만, 이것이 바로 글로벌 경제의 현실입니다.”

 이행희 한국코닝 대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 국내 법인의 한국인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회장이다. KCMC는 30일 중앙일보·JTBC의 후원으로 서울 호텔신라에서 ‘제2회 글로벌 인사이트 포럼’을 연다.

이 회장은 “첫 포럼 때 600명이 몰렸는데 끝날 때까지 자리를 비우는 이가 드물었다”며 “현장에서 뛰는 경영자들이 직접 핵심만 짚는 철저한 실무 위주 포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포럼은 특히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자리”라고 덧붙였다.

 -내수시장에만 집중하는 중소기업도 많은데.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삼성·현대 등이 글로벌 기업 아닌가. 현재 글로벌 시장은 불확실성과 변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대기업의 수요를 예측하고 제품 개발 제안까지 할 수 있는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없다. 진정한 상생은 갑을 관계를 벗어나 파트너가 됐을 때 가능하다.”

 -대등한 관계가 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상생은 시혜가 아니다. 어떤 기업도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빠른 속도와 적응력으로 세계 1위를 따라잡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변화와 도전 속에 업계를 이끌어가는 것은 파트너(협력사)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1등 기업이 되려면 원자재를 납품하는 공급사 역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글로벌 회사가 돼야 한다. 단기적인 영업이익 1~2%에 좌우되지 말고 오랫동안 함께 갈 파트너를 서로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왜 KCMC가 한국 중소기업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나.

 “우리 글로벌 기업이 앞으로 빨리 나아가려면 한국의 협력업체들도 빨리 발을 맞춰줘야 한다. KCMC 회원사는 이미 국내 중소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서로 도움을 받고 있다. 30개가 넘는 회원사가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제품을 개발한다. 이 제품 중 상당수는 나중에 다른 나라로 수출돼 인기를 모았다. BMW의 경우처럼 원자재를 구입해 본국에 보내는 경우도 많다.”

 -글로벌 기업은 현지 시장과 인력을 이용만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이 액정화면(LCD) 시장에서 세계 1위가 되는 데는 코닝의 기술과 원자재를 한국에서 현지화해 공급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단기간에 개발할 수 없고 한국이 비교적 취약한 기초 소재 분야에서 역사가 오랜 글로벌 기업은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한국 법인장 출신이 본사 이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져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등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의 경제정책도 ‘상생’과 ‘창조경제’가 화두다.

 “글로벌 기업은 ‘파트너십’과 ‘혁신’으로 실천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기존의 혁신에서 자꾸 가지를 쳐서 나아가는, 보다 융복합적인 혁신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런데 최근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창조와 혁신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KCMC 회원사 상당수가 ‘한국에서 생산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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