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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가집』 제1권 펴낸 김태곤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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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광대학의 민속연구소장 김태곤씨는 무당이 굿할 때 암송하는 소리의 내용을 문자화하여 책으로 엮어냈다.
김소장은 12년동안 전국의 무당을 두루 찾아다니며 기록한 것을 14권이나 되는 『한국무가집』 총서로 펴낼 계획인데 최근 그 첫 재료집 제1권 「중부 및 동해안 지방편」이 간행된 것이다. 여기 수록한 무가는 서울·부여·고성·강릉·울진·영덕지방 것 61편으로 간단한 해설과 주석을 붙여 놓았다.
무가는 무당들 사이에 구전으로만 계승돼 오는 경문이요, 무속이 우리나라 고유의 원시적 형태의 종교라는 점에서 그 자료집은 곧 최초로 기록화 한 원시종교의 경전이기도 하다.
가락을 붙여 부르기 좋게 삼사, 사사조의 율문으로 된 이 무가는 신의 업적을 대화체로 엮은 서사시이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을 거쳐오면서 그 내용이 첨삭되고 윤문까지 된 신학이다.
『우리나라의 무가는 공리성이 전혀 없습니다. 자기를 잘되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가령 「성주불이」에 있어 성주라는 신이 인간을 위해 맨처음 집과 먹을 것을 마련해 주었다는 얘기만으로 끝나지요. 물론 시대에 따라 외적언어 현상은 변했겠지만 종교의식으로서 계승된 신화이기 때문에 정신의 원형이 그대로 간직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교수는 이같이 말하면서 이 서사무가가 천군·주몽·박혁거세 등의 건국신화와 「폼」을 같이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신화 및 종교사의 정신적 원류를 밝히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뿐만 아니라 무가는 판소리나 고대소설과 같은 「패턴」속에서 밀접하게 연관되는 까닭에 새로 발굴되는 구비문학의 한 분야이기도 이기도 하다. 무가에 있어 신의 얘기는 사람의 살림살이를 통하여 설명하는 것이므로 한국인의 생활사를 측면에서 보여주게 되고 또 조상을 「말명」, 술을 「조라」라고 하는 등 고어와 방언연구에도 적잖이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
김교수가 채록한 바로는 장장 5시간이나 계속 부른 무가도 있다. 강릉 「시준굿」의 경우 『어짜 남상부중 해동 대한민국이 옵고/강원도 이십육원이요/스무여섯 종도가 남이옵고/……』 이같이 시작하여 5천행에 달한다.
그는 40개 지방의 무당 1백여명한테서 채집한 무가 3백여편을 4권의 자료집에 수록할 계획인데, 그 의식의 모양을 「무속지」 2권으로 소개하고 유형별의 악보와 도록까지 곁들여 입체적인 자료집을 내겠다고 말한다. 또한 무속사와 신당·민간신앙에 걸친 연구논집을 덧붙임으로써 「한국무속총서」 14권을 집대성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당은 현재 10만을 추산하지만 대표적 무당을 찾아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요 더우기 그들은 배타적이고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중얼거리기 때문에 채록에 난점이 많다. 그래서 김교수는 무당의 수양아들이 되기도 하고 혹은 몇 번씩 굿할 때에 나가 대조하는 등 고충이 많았다고 말한다. <원광대민속학연구소간·국판 3백면·2천2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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