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계획」을 의대교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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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의학교육과 가족계획 「세미나」에서>
지난 18·19일 양일간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대한가족계획협회(회장 양재모 박사) 주최로 의학교육과 가족계획교과과정 「세미나」가 열렸다. 12개 의과대학 교무과장을 비롯해 가족계획관계자 20여명이 참가한 종합토의의 결과 의학교육에서의 가족계획을 전문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교과과정위원회를 각 의대에 두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의학교육교과과정에 가족계획을 삽입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우선 시범대학을 설정하여 교육에 필요한 연구자료 및 기재를 가족계획협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다. 한편 권이혁 박사(서울의대학장)는 『의학교육에서의 가족계획 관련 과정실시방향』 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는데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가족계획은 하나의 종합과학이며 문화적 사회운동이므로 단지 의학이나 생물학의 견지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학·인구학·경제학·법학 등 많은 분야의 요인을 바탕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계획과 의학과의 불가분의 관계를 고려할 때, 또 지역사회의 의학이나 보건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현대의학의 목적을 상기할 때 의학교육에서의 가족계획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의학교육과정에 가족계획을 삽입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시대적 요청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정책상 인구문제와 더불어 가족계획을 다룬지 오래임에도 의과대학에서 아직 통합교육을 실시 못하고 있음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학교육에 있어서 가족계획은 구체적으로 성교육·결혼과 우생·임신과 출산·육아·가족계획·인구문제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어야 하므로 예방의학·해부학·생리학·약리학·산부인과학·비뇨기과학·소아과학·내과학·정신과학 등 기초 및 임상의학의 각분야가 통합강의에 공동으로 참여하여야만 비로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서울의대에서는 금년도 1학년 후반기에 실시할 계획으로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족계획에 관한 강의 및 실습시간을 약40시간으로 정하고 예방의학·해부학에 각각 7시간30분, 생리학 5시간, 약리학 2시간30분, 산부인과학 7시간30분, 비뇨기과학·소아과학·내과학·정신과학은 각각 2시간씩 배정했으며 나머지 시간은 견학을 가는 것으로 되어있다.
가족계획이 원만하게 실시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조건이 따라야 한다.
첫째 태아·영유아 사망율이 현저하게 저하되어야 임신아가 이상없이 분만될 수 있고 또 출생된 영아는 사망없이 키울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임신 및 출생을 꼭 원하는 수로 제한할 수 있다.
둘째 자녀 및 자녀수에 대한 가치관의 약화가 시급하다. 노후에 자녀에 대한 의존심을 지양해야 하고 남녀선호도가 동일해야 한다. 즉 남아든 여아든 한두명의 자녀로 만족하는 태도의 확립이 중요하다.
또한 모성보건의 향상은 가족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기본이 되므로 모성보건의 향상을 위한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교육과정중 강조되어야할 점은 모성 사망율은 임신회수·출산회수·연령 등과 관계가 있으며 임신 및 출산간격의 적정화는 미숙아의 발생빈도·모성 사망율·영유아 사망율을 저하시키고 피임의 실시로 유산을 방지하여 모성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분만 후 산욕기간을 가족계획에 대한 교육기회로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즉 분만 및 출생간격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고 산욕기간에 산모와 주기적으로 접촉하면서 소아영양·이유·예방접종·성장발육 등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하면서 가족계획에 관한 것도 동시에 실시하도록 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루프」장치를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는 「루프」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현실은 의학교육의 맹점을 여지없이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지역사회의 보건향상에 직결되지 못하는 의학교육이란 한갓 알맹이없는 비현대적 교육일 수밖에 없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도 가족계획의 의학교육과정삽입은 시급하며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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