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포커스 (3) 해외 진출 실패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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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끝없는 해외진출에 대한 도전이 임창용,진필중의 좌절로 다시 한 번 현실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말았다. 이제 한국야구는 해외진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정리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진필중의 경우와 달리 임창용의 해외진출 실패가 남긴 것은 해외 진출을 위한 규정 손질의 필요성과 함께 선수들 스스로 해외진출을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적어도 콘트라레스나 마쓰이(이상 양키스입단)만큼은 못되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내재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힘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선수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것도 더 이상 코리안이라는 이름의 대박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분위기라면 차라리 다른 방향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내년 시즌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이 스토브리그에 임하는 자세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고교나 대학선수들이 해외진출을 노크하기 쉬운 것은 그들의 무한한 잠재력이 뒷받침되었다는 것과 달리 프로 선수들은 이미 정점에 올라있는 기량을 평가받는 자리인 것이다. 당장 의사소통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진출을 위해 어학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것도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 여부는 현지적응력이 얼마나 빠르냐 하는 것이다.

프로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가고자 하는 선수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자신은 실전투입을 가정으로 준비해야 함에도 아직 의사소통능력이나 메이저리그 야구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거품빼기도 한 몫하고 있다. 올 겨울 FA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미국시장에서 경제적 이익의 효과가 적은 선수들을 영입할 만큼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승엽이 해외진출 보류를 외친 것이 다행이다 할정도로 한국 선수들의 몸값이 마이너리그 수준으로 평가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단지 해외진출 실패만이 문제가 아니다.

박찬호와 같이 대박을 터뜨리고 팀의 에이스로 성장하고, 상품성을 평가받기 어려운 부분이 마지막 걸림돌이다. 이치로가 속한 시애틀 구단주의 경우는 일본계로써 적극적으로 이치로 영입에 혈안이 되어있었고, 양키즈가 영입한 마쓰이의 경우는 일본인들의 관심을 일순간에 메이저리그로 끌어당길 괴력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선택하기 편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상품성은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데 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현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해외진출을 노렸던 선수들의 입찰실패는 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지 7년동안의 성적만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이겠다던 허영심은 사라지고, 현실적은 대안과 진출 방법을 찾겠다는 노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백전백패의 결과를 나을 수 있다.

포스팅 시스템이 해외진출의 시발점이라는 생각보다는 차라리 구단과 협상을 통해 자유계약 연한을 낮추는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규정의 보완을 통해 해외 진출 자격을 갖는 선수들에게 FA자격을 대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있어야 한다. 신체적인 연령으로 30줄에 들어선 동양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시장에서 인기 상품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구단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는 가운데 벌어질 해외진출은 일장춘몽에 불과할 것이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자격과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 선수들이 다수 탄생한다. 하지만 해당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올 시즌 실패했던 선수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스토브리그를 알차게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해외진출의 꿈은 깨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오윤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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