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별 겨울 방학 숙제 (8) 삼성라이온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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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다. 투타에서 최고의 전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무시하듯 매번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아픔을 날린 것이 올 시즌 거둔 최고의 수확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챔피언보다 도전자의 자리에만 있었던 것이 내년 시즌 운영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유난히 힘든 겨울방학이 될 것이다.

1. 투수력
젊은 피들이 뭉쳐진 투수력은 가히 난공불락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임창용-엘비라의 원투펀치에 배영수-김진웅이 활약한 선발진은 8개구단을 통틀어 최강 진용이 탄생할 전망이다. 문제는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참패의 주역이었던 김진웅이 올 시즌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임창용이 해외 진출에 대한 문제와 사생활 문제가 구단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 시즌 보강될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삼성은 임창용붙들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삼성이 우승이후 선발 투수 보강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김현욱을 중심으로 가동되는 허리라인은 변함없이 강한 모습이다. 한국시리즈 깜짝호투를 선보인 전병호도 왼손타자 전문 투수로 힘을 받을 수 있어 올 시즌과 같은 튼튼한 마운드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노장진의 마무리 변신 성공이다. 노장진이 빠른 공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를 따라다니는 것은 두둑한 배짱. 즉,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공을 뿌릴 수 있는 대담성이 있기에 손색없는 마무리 투수인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안정된 마운드임에도 삼성은 한국판 마쓰자카 이정호의 부활이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이정호는 노장진보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 차세대 삼성의 선두주자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이정호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무엇보다 그의 안정적이지 못한 제구력이 문제이다.

고교 동기인 배영수가 삼성 선발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은 것을 생각하면 이정호가 더욱 다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교 시절 이정호가 메인이었고, 배영수는 서브였다는 점에서 삼성은 이정호 부활에 주력해야 할 겨울 방학이다. 이정호는 임창용이 해외진출을 한다해도 투수력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라 할 수 있다.

2. 공격력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한국야구사상 가장 막강한 타선이 짜여져 말 그대로 핵타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한이-강동우-이승엽-마해영-브리또-김한수-양준혁으로 이어진 상위와 중심타선은 모든 투수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이승엽부터 양준혁까지 이어지는 타선은 삼성이기에 4번타자에 설 수 없는 타자들일 정도로 파워 있는 타선이고, 1,2번은 남못지 않은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의 소유자들. 여기에 문제를 찾아내고자 한다면 2루를 맡고 있는 김재걸과 박정환의 늦은 성장. 이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 내년 시즌 삼성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어 이들을 대체하거나 이들의 기량연마를 위한 겨울 방학을 보내야 할 삼성의 전력이다.

현재 김한수와 브리또가 내야 수비의 완전한 축을 만들었지만, 의외의 곳에서 구멍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어 이들의 자리를 메우는 것이 가장 방학숙제인 것이다.

3. 결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삼성 프런트가 올 시즌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내년 시즌을 운영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일단 우승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선수들의 연봉이 대폭 인상되어야 하는 것이 삼성이 안고가야 할 문제점이다.

선수들의 자원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수하면서 현재 연봉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우승에 대한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과연 어떻게 협상에 임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시즌 성적이 부진했다면 구단이 내세울 명분이 있겠지만, 올 시즌 삼성 선수들의 성적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힘든 겨울을 보낼 것이다.

피타고란스 예상 승수(총득점제곱/총득점제곱+총실점제곱*133게임-정규시즌기준-) : 85승48패

오윤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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