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라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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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초등학교 5학년짜리 사내녀석이 공치기를 무척 좋아한다. 얼마 전에 학교에 농구부가 생겨서 농구부에 들어갔다. 곧 다른 학교하고 경기가 며칠 안 남았다고 아침에는 여섯시에 대문을 나서고 저녁에는 여덟시반이나 되어서야 집에 들어선다. 아직 초등학교 학생한테 너무 과격한 연습을 시키나보다 하고 마음이 썩 좋진 않았지만 학교에서 선생님이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 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건강은 오히려 말이 아니다. 아침은 너무 일러서 안 먹힌다고 밥도 제대로 안 먹고 가고 집에 돌아와서는 선생님께서 빵을 사주었다고 저녁도 안 먹는다. 농구부에 든지 한달 만에 얼굴은 홀쭉하게 마르고 꺼칠해졌고 공부는 물론 말이 아니다. 집에 와서는 고단하니 숙제도 제대로 못하고 잔다.
시간 중에도 농구 생각만 하는지 혹은 졸고있는지 선생님 말씀을 안 듣는 모양이다. 성적은 반에서 웃자리로 돌던 아이가 거의 꼴찌가 되다시피 했다. 게다가 안 하던 거짓말을 슬슬하며 학교에서 돈 가져오란다고 하고 군것질이 심해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저도 사먹고 친구들도 사주는 모양이다.
성적보다도 거짓말하는 것 때문에 우리 내외는 화가 났다. 그래서 당분간 농구를 쉬라고 야단을 쳤다. 며칠 있다 담임선생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건강과 공부가 말이 아니라 운동을 계속 시킬 수 없다는 말에 담임선생님은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나는 무척 불쾌했다. 학교 명예를 위해서 아이를 희생시키라는 말이나 다름없이 들렸기 때문이다.
며칠동안은 아이가 일찍 오더니 다시 늦게 온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붙잡고 단단히 물었더니 방과 후에 또 농구를 하고 온단다. 농구담당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서 집에 가서는 농구 안한다고 거짓말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더라고....나는 무엇에 호되게 얻어맞은 양  앞이 캄캄했다.
우리 두 내외가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정직과 책임감이다. 다른 실수는 용서해도 거짓말만은 절대 용서 안한다. 그래도 사내녀석은 눈치 봐가며 가끔 거짓말을 하는데 학교선생님이 거짓말을 하라고 공공연히 그러시다니. 학교에서는 눈에 보이는 기능면만을 가르치면 그만이지.
나는 그날 한잠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윤남경(서울 서대문구 녹번동 76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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