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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파워로 눈길 잡고, 준비된 외교로 마음 잡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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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호 06면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 내 독일 숙소 빌라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2~9일 영국·프랑스·벨기에를 방문한다. 취임 후 네 차례의 ‘세일즈 외교’와 ‘다자 외교’에 뒤이은 유럽 순방이다. 백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영국 국빈방문이다. 박 대통령은 영국 방문 때 버킹엄궁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국빈방문 의전에 따라 의장대 사열 같은 공식 환영식을 갖고 버킹엄궁까지는 황금색 왕실마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시절 ‘퍼스트 레이디’ 경험이 있는 박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 차원 높은 ‘품격 외교’를 선보일 것이란 기대도 크다. 박 대통령은 유럽 순방 때 ‘세일즈 외교’와 함께 문화계 인사들도 다양하게 만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 막후 스토리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네 차례의 외교 행보엔 늘 ‘성공적’이란 평가가 따라붙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자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베트남에선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뒀다. 이달 초에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로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냈다. 지난 5~6월 미국·중국 방문에서도 동북아 균형외교란 성과를 거두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 중국이 한국에 품었던 서운한 감정을 다독였다.

여성 대통령의 남다른 외교 감각
박 대통령의 외교 감각은 남다르다. 여기에 ‘여성 대통령의 힘’이 가미된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수행해 온 외교부 관계자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그 자체로 방문국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다 박 대통령 특유의 감각을 발휘해 상대국 국민과의 교감에 성공한 것 같다. 여성 지도자라는 강점은 우리 외교의 큰 자산이 됐다”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의 다자 외교와 세일즈 외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마음을 얻는 외교’다. 지난 12일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한 박 대통령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한국에서의 로맨스가 행복했나요?”라고 물었다. 영부인 아니 밤방 유도요노 여사와의 러브 스토리 무대가 한국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건넨 질문이었다. 아니 여사의 아버지 에디 위보어 장군은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뒤인 1974년부터 4년간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냈다. 그래서 아니 여사는 젊은 시절 2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연인이던 아니 여사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낮 대통령궁에서 기념식수를 할 때 만난 아니 여사에게 “대통령의 어디에 반했느냐”고 물었다. 아니 여사는 “생도 때 만났는데 키도 크고 잘생겨 한눈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국빈만찬 자리에서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마음이 따뜻하고 작은 것에도 배려하는 마음이 고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올해 안에 매듭짓는 데 합의했다. 또 올해 300억 달러 수준인 교역액을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박 대통령의 감성 외교는 인도네시아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한국에선 영화 ‘설국열차’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그 영화의 원작이 프랑스 만화지요”라며 프랑스 문화를 치켜세웠다. 정상회의장에 가선 옆자리에 앉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를 만났다. 박 대통령은 “주최 측이 한국전에 참전한 터키와 한국이 형제의 나라라는 점을 알고 나란히 자리를 배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방문국의 언어나 문화·역사·속담을 활용하는 친화력을 발휘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한다.

 ‘세일즈 외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한국 기업의 ‘손톱 밑 가시 뽑기’다. 남성 대통령들이 큰 이슈에만 집중하는 성향이 있는 데 비해 박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상대국 정상에게 자세히 설명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요청해 왔다. 지난달 9일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지난 6년 동안 하나은행이 (베트남에) 지점을 신청해 왔지만 지연되고 있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즉석에서 지점 허가 약속을 받아낸 게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중국 방문 땐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회담에서 예정 시간을 넘기면서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리커창 총리가 “그만 하시고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누자”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얘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한 배석자는 “가슴이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북핵 문제와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간절하고 절절하게 호소하더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기 감안한 의상 색 선택
박근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엔 남다른 패션 감각도 한몫한다. 베트남 방문 땐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서 직접 한복 모델로 나섰다. 여성 대통령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박이 박힌 미색 저고리와 연노란색 치마를 입은 박 대통령은 패션쇼 말미에 런웨이에서 10m쯤 걸어나가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특히 옷 색깔을 고르는 데 신경을 쓴다. 러시아 방문 때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할 땐 흰색 옷을 입었다. 다음 날은 파란색 재킷, 그 다음 날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선 빨간 재킷을 골랐다. 이 세 가지 옷 색깔을 모으면 러시아 국기 색이 된다.

 상대국 정상이 여성인 경우에는 스킨십이 남다르다. 13년 지기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G20 정상회의장에서 만나자마자 서로를 껴안았다. 터키 총리를 사이에 두고 자리를 배정받았지만 두 여성 정상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잘 있었느냐”고 인사를 나누며 포옹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콘스탄틴 궁전 내 독일 숙소 빌라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숙소 바깥까지 나와 박 대통령을 환대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메르켈은 다시 숙소 입구까지 배웅하며 “대통령이 된 소감이 어떠냐(How do you like your new job?)”고 물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매우 보람 있다(It’s very rewarding)”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땐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만났다. 아세안에 속한 10개 회원국 중 여성 정상은 잉락 총리뿐이었다. 행사장 이동 시 두 정상은 여러 차례 환담을 나눴다. 그때 박 대통령은 잉락 총리에게 직접 양산을 씌워주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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