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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부 만드는 기업엔 특소세 깎아주고 애써 키운 국가대표 출신에 교직 개방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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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호 14면

이에리사 1954년 충남 보령 출생. 73년 제32회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국민훈장 최고훈장인 무궁화장 수상. 2005~2008년 태릉선수촌 촌장,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선수단 총감독 역임.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이 창조경제를 실현할 방안의 하나로 스포츠산업 진흥을 역설했다. 탁구 스타 출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에리사(59·사진) 의원을 만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들어봤다. 그는 “운동부를 만드는 기업들에 특소세를 절반으로 깎아주고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포츠진흥으로 창조경제 추진하는 이에리사 의원

-국가 브랜드와 스포츠의 관련성은?
“대한민국 체육이 세계 5~10위권에 진입해 있다. 스포츠는 국민 마음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을 치르며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크게 높아졌다. 훌륭한 스포츠 선수는 국가의 자산이다. 기업의 가치도 재산의 시대에서 사람과 브랜드의 시대로 변했다.”

-우리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성공한 이유는?
“엘리트 체육이다. 소년체전을 통해 인재를 조기 발굴하는 꿈나무 육성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나무 이후에는 국가대표 후보 선수, 그 다음은 국가대표 선수가 돼 국가의 지원을 받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문제점은?
“실업팀이나 직장 운동부가 부족해 최고 선수들을 제외하곤 갈 곳이 없다.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 외국에선 선수가 시합을 하고 오면 보충수업을 해준다. 학습을 병행할 수 있어 선수생활을 마친 뒤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운동하는 학생들의 공부 기회가 원천 봉쇄돼 있다. 이걸 바꿔야 한다. 또 운동부를 만드는 기업에 특소세 50%를 감해줘야 한다고 본다. 재계와 협의가 필요하다.”

-올림픽과 세계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학교 교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가대표 선수를 육성한다. 그런 선수들은 국가의 자랑이고 자산이다. 그런 자산의 하나인 장미란 선수는 심하게 말하면 실업자다. 이들이 사회에 또 다른 기여가 되도록 교직을 개방해줘야 한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한국 선수는 1년에 100명도 안 된다. 이들을 초등학교 체육 전담 교사로 진출시키려 했는데 ‘교대 출신이 돼야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래서 우선 시범적으로 국가대표 출신들이 2급 경기지도사나 생활체육지도사가 될 길을 열어주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체육 전담 교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장미란 선수 같은 이들의 처우를 어떻게 해줘야 하나.
“스포츠 스타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 공부를 시켜야 한다. 국가 브랜드나 국산 스포츠 브랜드에 기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체조 스타 리닝(李寧)의 스포츠용품 사업 진출은 좋은 사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잘 치르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잘 치르면 국가 브랜드는 확연히 올라간다. 대회의 성공 여부가 곧 국력 평가의 잣대가 된다. 겨울올림픽으로 성공한 도시도 있고 파산한 도시도 있다. 평창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좋은 선수층을 육성해야 한다. 또 겨울 종목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 2018년을 기점으로 겨울스포츠에서도 선두국가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겨울스포츠 선수층은 어떤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진을 보면 미국이 214명, 독일이 151명이었다. 선진국의 경우 대략 150명 선인데 우리는 46명만 출전했다. 또 아이스하키나 컬링은 역대 겨울올림픽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또 스키 등 설상 종목에 걸린 메달이 68개로 전체 메달의 71%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이들 종목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투자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내년 2월 열릴 소치 겨울올림픽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대적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보니까 올림픽 수준이더라. 소치의 성공을 위해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소치 올림픽 준비를 직접 진두지휘한다고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겨울올림픽의 모든 종목 협회장들을 재력가로 교체했다. 국가와 민간이 똘똘 뭉쳐 총력 지원하는 것이다. 또 세계 대회마다 종목별로 수십 명의 선수들을 출전시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림픽을 마친 뒤 국가가 그 유산을 활용하는 전략이 있어야 할 텐데.
“이젠 대회만 잘 치르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올림픽을 마친 결과물을 미래 자산으로 만드는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러시아는 소치를 유럽 최대의 휴양지로 만들려 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연구하기 위해 대학까지 세웠다. 우리도 2018년 평창올림픽을 마친 뒤 그 유산으로 무엇을 만들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스포츠가 나날이 산업화되고 있다.
“스포츠는 수백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다. 점점 더 커지고 고급화될 것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미즈노, 요넥스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는 전부 외국산이다. 한국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고 제조업과 의류 디자인 강국임에도 스포츠산업은 미약하다. 세계 대회를 유치하는 데 수천억원, 대회를 치르는 데 수조원을 쓴 나라다. 이만하면 스포츠산업 진흥에 나설 충분한 조건이다. 이런 분야가 창조경제 아닐까 싶다.”

-체육부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생활체육예산에 들이는 돈만 2000억원이다. 그런데 체육을 관장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학교 체육은 교육부, 엘리트 체육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담당 부처가 나뉘어 있다. 또 실무단체는 대한체육회, 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회, 학교체육회 등 네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제는 체육부를 만들 때가 됐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건.
“체육인 복지법과 체육 유공자 제도 신설이 시급하다. 또 국립체육박물관을 지을 때가 됐고 체육 관련 공정위원회도 만들어 체육계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은 핑퐁이다. 주고받는 것이다. 공이 안 오면 이기는 것이 된다. 그러나 늘 주고받아야 아름다운 인생이 되는 것 아닌가? 인생도 핑퐁도 항상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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