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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무슨 재미로 사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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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 묵
스님·제따와나 선원

출가한 뒤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의 하나가 ‘스님, 무슨 재미로 사세요?’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생각해봤다. 아마도 일반 사람들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스님들이 즐기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스님들은 무슨 재미로 사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다면 진짜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춤추고 노래하고, 돈을 많이 소유하고, 좋은 집과 차를 가지고, 술을 마시고, 이성과 데이트하고,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등일 것이다. 이런 종류의 행복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족함으로써 생긴다. 이는 적당하면 문제가 없지만 집착하면 욕망이 된다.

 욕망이 되면 행복을 얻더라도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욕망은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욕망의 항아리는 밑 빠진 독처럼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가지면 가질수록 갈증이 더해가며 마음을 괴롭힌다. 마치 갈증이 날 때 소금물을 마시는 것처럼.

 또한 욕망은 괴로움의 씨앗이다. 욕망은 집착이 특징이므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그 자체가 괴로움이다. 설사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행복은 잠깐이고 얻은 것이 사라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이와 같이 욕망을 통한 행복은 행복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괴로움이다. 마치 칼날 위에 발라진 꿀처럼 달콤함에 취해 꿀을 먹다 보면 혀에 큰 상처가 나게 되는 것처럼. 결국 욕망을 통한 행복은 진짜 행복이라 할 수 없다.

 미얀마 사람에게 “이 나라에서 누가 제일 부자입니까?”라고 물으면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여기에는 삶의 깊은 지혜가 담겼다. 많이 가졌어도 더 많이 가지기를 원한다면 항상 부족할 것이고, 적게 가졌더라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족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붓다는 소욕지족(小欲知足), 즉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함을 알라고 가르쳤다. 욕망을 충족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욕망은 만족을 모르기 때문에 평생 욕망을 채워준다고 해도 욕망은 또 새로운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욕망의 노예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마치 수많은 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사람이 짐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처럼 욕망의 짐을 내려놓을수록 마음은 안정되고 행복해진다. 내려놓음으로 인한 행복은 욕망을 통해 얻어지는 행복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행복이다.

 욕망의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은 마음이 고요하고 행복하고 또렷하다. 마음이 고요한 이유는 마음을 흥분시키는 감각적 쾌락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마음이 행복한 이유는 욕망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고요하고 또렷한 마음은 세상을 분명하고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게 한다. 마치 산에서 시야를 흐리게 하는 구름이나 안개가 걷히면 산 속의 모든 것이 명확히 보이는 것과 같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지혜는 우리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에 직면해 현명하게 해결해내는 힘이 있다. 지혜의 힘으로 욕망의 중독성을 이해하고 욕망에서 벗어난 삶을 살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겸손하고 남을 존중하는 세상, 자신과 남을 차별 없이 사랑하는 세상, 적은 것에 만족하는 세상, 다툼이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지금 여기서 만날 수 있다. 부질없는 욕망을 좇는 인생을 살기보다 지혜로운 삶을 살면서 이런 아름다운 세상과 만나는 삶은 항상 기쁘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다. 이것이 진짜 스님들이 살면서 느끼는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일묵 스님·제따와나 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