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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부대죠, 우리 아들 좀 바꿔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15일 저녁 중부선전 모 부대. 행정실에 최근 새로 설치된 전화의 벨이 울렸다.

 “○○부대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이성현 상병 엄마인데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잠시 뒤 행정실 마이크를 이용해 “이성현 상병! 어머니께 전화 왔으니 행정반으로 오기 바란다”는 방송을 듣고 달려온 이 상병(21)은 어머니와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 상병처럼 앞으로 군에 복무 중인 병사들에게 부모나 친구들이 수시로 전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병사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전화를 걸면 당직 근무자가 전화를 받아 해당 병사를 바꿔주는 방식이다. 물론 훈련기간이나 일과시간을 제외한 때에만 가능하다.

 국방부는 육·해·공군과 국방부 직할부대 등 중대급 부대 6652개 행정반에 수신전용 전화기 설치를 마쳤다. 이 전화로는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을 수는 있지만 걸지는 못한다. 앞으론 아들이나 친구·연인을 군에 보낸 사람들이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 언제든 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대에 설치된 공중전화를 이용해 외부에 전화를 걸 수 있었으나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는 못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해 병영문화 선진화 과제 중 하나로 채택된 수신 전용 전화기를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설치를 마쳤다”며 “영내 공중전화에 의존하던 병영과 가정 간의 일방적인 소통환경을 개선하고 가족·친구들과 병사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 보다 안정적인 병영생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한 병사는 “군대에 남자친구를 보낸 여자들을 곰신(고무신)이라 하는데 전화통화라도 자주 할 수 있게 돼 ‘군대 가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헤어진다)는 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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