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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프로야구 PO 2차전] 리즈, 황홀한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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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LG 투수 리즈(오른쪽)가 17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두산과의 2차전에서 승리를 확정 지은 뒤 김기태 감독과 검지를 맞대는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리즈는 8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뉴시스]

오후 6시 경기가 시작됐을 때 서울 잠실구장의 기온은 섭씨 15.7도였다. 쌀쌀한 날씨에 제법 찬 바람까지 부는 가운데 1회 초 LG 선발 레다메스 리즈(30)가 마운드에 올랐다. 긴 언더셔츠를 입은 동료 야수들과 달리 그는 혼자 반소매 셔츠 위에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리즈는 두산 선두타자 이종욱을 상대로 불꽃 같은 강속구를 던졌다. 158㎞! 159㎞! 잠실구장 전광판에 리즈의 구속이 찍힐 때마다 LG 팬들은 감탄을 토해냈다. 리즈는 이종욱과 정수빈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고, 3번 타자 김현수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리즈는 플레이오프(PO) 1차전 LG의 충격패를 씻어내기 위해 혼신의 투구를 했다. 1회 초부터 분위기는 LG로 넘어왔다.

 LG가 17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PO 2차전에서 2-0으로 완승,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만들었다.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선 LG는 2002년 11월 8일 한국시리즈 5차전(삼성) 승리 후 무려 3996일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냈다.

 리즈의 투혼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올 시즌 리즈의 두산전 상대전적은 1승3패·평균자책점 4.87에 그쳤다. 게다가 리즈는 추운 날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불리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리즈는 모든 걱정을 강력한 파워로 돌파했다. 최고 시속 160㎞를 기록한 강속구를 앞세워 8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는 동안 삼진을 10개나 뽑아냈다. 직구가 워낙 좋아 볼카운트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은 덕분에 볼넷도 두 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넥센과의 준PO 5경기를 치러 지쳐 있는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리즈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5회 초 홍성흔이 내야안타를 칠 때까지 두산은 노히트노런으로 막혔다. LG 벤치가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두산 벤치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는 리즈의 원맨쇼였다.

 LG 타선은 0-0이던 2회 말 이병규(등번호 7)와 오지환의 연속 볼넷과 손주인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윤요섭의 희생플라이와 박용택의 좌월 2루타로 2-0으로 앞섰다. 초반 흐름을 잡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LG는 추가득점 찬스를 번번이 놓쳤다.

LG는 3회 2사 만루에서 손주인이 우익수 플라이, 4회 1사 2·3루에서 이진영과 정성훈이 연속 범타로 물러나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5회 2사 1·2루, 6회 1사 3루, 8회 1사 3루 기회에서 한 점도 얻지 못했다. 1번 타자 박용택이 4타수 4안타·1볼넷으로 맹활약했지만 중심타선은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LG의 잔루는 12개나 됐다.

  LG는 9회 마무리 봉중근을 내세워 승리를 지켰다. 2차전 최우수선수상(MVP)은 당연히 리즈 차지였다. 3차전은 19일 오후 2시 잠실에서 열린다.

김식 기자

양팀 감독의 말

◆ 김기태 LG 감독

일찍 끝났네요(웃음). 이제 1승이다. 한 번 지고 한 번 이겼으니 3차전은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풀어낼 수 있는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하려다 보니 조금 (실수가) 나왔다. 리즈가 정말 잘 던져줬다. 중심 타선의 부진은 오늘로 잊겠다.

◆ 김진욱 두산 감독

아…(한숨). 경기 전 여러 가지 상황을 대비했는데 예상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리즈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볼카운트가 불리하면 리즈의 구위가 떨어지는데, 우리 선수들이 볼카운트 싸움에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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