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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신현숙 'SAC 꿈과 희망'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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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숙 이사장은 “후원 아동이 행동이 달라지고 성격도 밝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어느 때 보다 활발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대기업과 금융권 정부산하기관 등에 쏠려 있다. 일부 중소기업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사회공헌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년째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저소득 가정과 아동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재)SAC 꿈과 희망’ 신현숙 이사장의 지역사랑이 어두운 세상에서 작은 빛을 발하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합니다. 조금 지나면 겨울인데 아이들이 옷이라도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지 궁금하네요. 전화도 하고 직접 찾아가 어려움이 없는지 수시로 체크해 주세요.” 17일 오전 8시. 신현숙 이사장은 이날도 어김 없이 직원들을 불러 모아 후원 아동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매일 아침 그의 손에는 재단법인에서 지원하는 아동 현황과 저소득 가정 명단이 들려 있다.

 신 이사장은 지난 2010년 ‘자유롭게 꿈 꿀 수 있는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재)SAC 꿈과 희망’을 설립했다. ‘꿈과 희망’은 천안, 아산지역 아동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게 재단을 설립하게 된 가장 큰 목적이다. 신 이사장은 이를 위해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찾아 꿈나무 지원 사업, 재능 나눔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소득 가정에 매달 생필품과 쌀을 지원한다. 신학기를 맞은 아이들에게는 도서를 무료로 제공한다. 명절이면 직원과 함께 직접 선물 꾸러미를 만들어 각 가정에 전달한다.

 신 이사장이 설립한 ‘꿈과 희망’은 일반 복지재단과 다르다. 재단법인 직원뿐 아니라 법인을 후원하는 ㈜SAC 임직원들이 참여해 아이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여름이면 직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겨울이면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간다. 올해 들어서는 후원 아동에게 장학금을 지원했고 통학이 불편한 아동들에게 자전거를 선물하는 등 해마다 사업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이혼이나 실직 등으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기초학습능력 부족현상과 정서적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이 자원봉사자가 돼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주 가정을 방문해 학습지도를 하고, 개별상담 등 정서적 지원과 생활습관·예절·안전교육을 펼치며 후원 아동에게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금·현물 지원은 물론 직원들이 아이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며 재능기부를 하는 등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꿈과 희망’은 대기업 못지 않은 지역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환급 받은 5억원으로 법인 설립

신현숙 이사장이 ‘(재)SAC 꿈과 희망’을 설립하게 된 배경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있다. 후원사인 ㈜SAC(대표이사 한형기)의 역할이 컸다. 2009년 남편이 대표이사로 있는 ㈜SAC의 세무감사가 ‘꿈과 희망’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감사에서 남편의 회사가 세금을 과도하게 납부해 오히려 5억원을 국가로부터 환급 받게 됐다. 회사는 모범납세자상을 수상했다. 신 이사장은 남편과 고민 끝에 환급금 5억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단발성 기부가 아닌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지역 아동을 직접 후원하는 쪽으로 다시 의견을 모았고 환급금으로 ‘꿈과 희망’을 설립했다. ㈜SAC는 영업이익의 일부를 ‘꿈과 희망’에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SAC는 2011년 3억원, 올해에는 2억원을 후원금으로 내놨다. 여기에 근무직원과 사무실 공간을 마련해 주는 등 재단법인 운영비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출을 줄여 저소득 아동이 한 명이라도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꿈과 희망’은 현재 저소득 가정 15곳에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꿈과 희망’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부모와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한다.

또 ㈜SAC 직원들이 ‘꿈과 희망’ 자원봉사자로 나서 아동과 1대 1 자매결연을 맺고 전화나 문자를 통해 수시로 아이들과 소통한다. 이들은 1년에 2차례 이상 물놀이나 영화 등 야외활동을 간다. 만남이 어색했던 아이들도 형과 오빠가 돼 공부를 가르치고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을 환한 미소로 반기고 있다.

 최근 신 이사장은 ‘꿈과 희망’이 사회공헌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미래 과학꿈나무를 발굴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0일부터 2일간 개최한 ‘대한민국 청소년 E3 미래 직업 창안제(친환경 미래직업 UCC 공모 및 로봇 콘테스트)’에는 무려 1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등 대회 열기가 뜨거웠다. ▶그린잡(Green Job)과 관련한 청소년 미래 직업 탐구 및 진로탐색 ▶창조적 아이디어 활동을 통한 청소년 미래 직업 관심 제고 및 개발 마인드 함양 ▶나만의 창업·창직솔루션 개발 및 브랜드화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1070명의 지원자 가운데 UCC 부문 18명, 로봇 부문 16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신현숙 이사장은 “일반적인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상주하며 지원활동을 벌이지만 인건비와 운영비가 많아 후원금 상당수가 지원금이 아닌 사무실 운영비로 쓰여진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 끝에 직접 재단법인을 만들기로 결정했다”며 “비록 대기업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지금부터 사회공헌사업을 꾸준히 펼치면 향후 기업 성장과 함께 사회공헌 규모도 늘어나 그 만큼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자세와 책임감 역시 커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이어 “특히 올해에는 ‘꿈과 희망’이 저소득 가정과 아이들을 돕기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미래 과학 꿈나무를 발굴하는 사업까지 확대하게 됐다”며 “저소득 가정 아동의 후원사업을 넘어 과학자나 엔지니어의 꿈을 가진 아이들을 발굴해 ㈜SAC와 같은 기업들이 이들을 후원하고 채용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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