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 지도자 미래 청사진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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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자의 이웃주민들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저를 지지한 분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저를 반대하신 분들까지 포함한 모든 분들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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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는 미국과의 50여년 간에 걸친 동맹관계의 변화를 역설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당선자는 북한 핵 개발과 3만7천 미군 지위협정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뜨거운 대선 레이스 끝에 야당 이회창 후보에게 간발의 차로 승리했다.

이 후보가 패배를 인정한 직후 노무현 당선자는 "나와 경쟁한 후보 및 그들을 도운 의원들과 협력해 외교관계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올해 56세의 노무현 당선자는 현 대미정책에서 큰 변화은 없을 것이며, 선거운동 기간동안 제시한 정책기조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반미감정이 비등한 상황에서 선거 승리를 거둔 노 당선자는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이후 계속된 한미간 협정의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밝혀왔다.

노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전통적 우애와 동맹관계는 21세기를 맞아 더욱 성숙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여중생을 교통사고로 죽게한 미군병사 2명이 무죄평결을 받은 이후 주한미군지위 협정은 반미 시위를 불러온 촉매제가 됐다.

핵개발 문제

노 당선자는 또 자신이 맡을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햇볕정책' 추진으로 북한을 지원해온 김대중 대통령의 것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보수적인 이회창 후보는 한국 정부의 북한 지원을 강하게 비난하며, 대북 압박을 위해 모든 원조를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매파인 이회창 후보의 이같은 자세는 이란·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입장과 비슷하다.

노무현 당선자는 한미관계 변화 의지를 밝혔지만, 북한의 핵개발 야망을 자제시키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노 당선자는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된 문제들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한-미 양국 정부간 밀접한 협조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협력 약속과 이견 조율을 위해 노 당선자 측과의 접촉을 서두르고 있다.

경제 정책

젊은 유권자들은 노무현 당선자에게 기운 반면, 노년의 '표심'은 이회창 후보에게 쏠렸다.
또한 노무현 당선자는 한국경제가 아시아 최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노 당선자는 경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 가족 중심으로 움직이는 재벌이 지배하는 경제구조를 바꾸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것으로 기대된다.

뜨거운 쟁점들이 떠올았음에도 불구하고 3천5백만 유권자의 투표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70.2%를 기록한 이번 투표율은 1997년 대선 때의 기존 최저치보다 11%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노무현 당선자는 1997년 선출된 김대중 대통령의 뒤를 잇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관계 개선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SEOUL, South Korea (CNN) / 오종수 기자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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