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대학원 역할 구분 애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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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어느 나라든 대학이 바로 서야 국가 경쟁력이 확보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학들은 많이 변해야 합니다."

전직 사립대 총장이 우리 대학들을 일갈(一喝)하는 책을 펴냈다. 주인공은 김성진(金聖珍) 전 숭실대 총장. 金전 총장은 최근 발간한 '대학교:이상.현실 그리고 개혁'(한국교육미디어)에서 대학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육학자들이 대학교육에 대한 이론서를 낸 적은 있지만 전직 총장이 교육을 비롯, 행정.경영 부문에 이르기까지 대학 전반에 대해 책을 통해 쓴소리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가 지적하는 우리 대학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학부와 대학원의 변별성이 크게 떨어져 연구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학부는 교양인으로서 지녀야 할 상식과 기초 전공지식을 확실히 심어주는 곳이어야 하고 대학원은 전문가를 육성해야 하는데 우리 대학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도 조금 어려운 듯한 수학공식을 접하면 무척 당황하더군요. 기초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에 학문을 깊이있게 연구할 수 없는 거예요.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없는 학부를 졸업하고 취직 안 될 경우 대학원에 가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대학 행정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다. 사소한 문제까지 관여하려는 재단이사회나 총장 직선제를 고집하면서 '줄 서기'에 급급한 교수들도 투명한 대학 행정의 장애물이 된다고 金전 총장은 지적했다.

그가 내놓는 해법은 총장 추천제와 행정전문교수제 도입이다. 재단 측과 학교 관계자들이 동수로 참가하는 총장추천위를 구성, 민주적인 총장 선출제도를 확립하고 재단이 총장과 전문교수에 대학운영을 맡기면 보직을 따기 위한 '교내 정치'를 일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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