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일 무단결근 '철탑농성' 최병승씨 … 현대차, 해고 않고 출근요청만 25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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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송전탑에서 296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던 현대차 근로자 최병승(37)씨가 지난 8월 농성을 푼 뒤에도 두 달째 출근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장기 무단결근은 해고 사유임에도 현대차는 노동조합의 반발을 고려해 출근 요청만 하고 있을 뿐 징계 절차는 밟지 않고 있다.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출신인 최씨는 해고됐다가 지난해 “2년 넘게 일한 사내 하청 직원은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올 1월 9일 정규직 발령을 받았다. 당시는 최씨가 현대차에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던 때였다. 지난해 10월 17일 송전탑에 올라간 최씨는 올 8월 8일 농성을 풀었다. 그 뒤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우선”이라며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최씨가 농성을 그만둔 8일부터 헤아려 63일째 무단결근을 하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현대차 내부 규정에 따르면 근로자가 7일 이상 무단결근할 경우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고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간 최씨와 면담 4번, 전화 2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및 내용증명 우편발송 19번을 하며 “출근해 달라”고 요청만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현대차 관계자는 “최씨를 해고하면 비정규직 중심으로 노조원들이 강력히 반발해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며 “그래서 징계하기가 몹시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최씨는 또 자신이 비정규일 때 일했던 울산공장 의장1부(조립라인)에 배치해 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근로자 배치는 회사 권한”이라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박지순(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씨는 출근을 거부할 게 아니라 일을 하면서 노조 간부를 맡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등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울산=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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