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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 점검|분주한 봄맞이 서울의 고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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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시의 봄은 먼저 고궁에서 움이 텄다.
거리에 펼쳐있는 여인들의 옷자락은 아직 만동인데 서울의 창경원·창덕궁·경복궁·종묘·덕수궁 등 고궁은 이미 묵은 겨울 때를 씻고 새봄을 맞아들이고 있다. 이 고궁들은 동장군이 한창 설치던 2월 초순부터 도장·수근보토·노면정리·전지 등 봄을 맞을 준비를 해왔고 3월에 접어들면서 식수 등 본격적인 봄단장에 들어갔다. 금년 봄에 시민들과 꼬마들의 인기를 끌 고궁은 예년과 같이 6백70마리의 각종 동물들이 살고있는 창경원이 될 것 같다.
창경원당국은 금년 봄에 원안의 빈터에 모두 꽃을 심어 창경원 전부를 꽃동산으로 만들기로 했다.
홍학군무장 옆의 2백평 공지에 작약화단을 만들고 서관온실 뒤 1백평엔 우리 나라 고유식물인 미선나무·황매화 등 34종 1백80그루를 심어 고유식물동산이 이루어진다.
또 홍화문 앞 1백m의 개천가에 개나리단지, 하마사 뒤 빈터엔 진달래단지, 춘당지 주변엔 철쭉단지가 이뤄져 꽃 속에서 「보트」놀이를 즐길 수 있게된다.
현재 창경원에는 94종 8천2백 그루의 정원수가 있는데 이중 벚꽃나무는 2천 그루. 2천 그루의 벚꽂나무 중 40년 이상되는 20여 그루는 이식되고 대신 10년생 4백50 그루가 새로 심어지며 전나무·단풍나무 등 3백50 그루도 심어진다.
이 같은 본격적인 식수는 10년래 처음이라고 창경원당국은 밝히고있다.
또 창경원당국은 손님이 몰리는 벚꽃놀이철에 대비하여 무료변소 4개를 증설하고 홍화문·동물원·식물원 앞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물을 떠마실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등 위생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여름철만 되면 폭리소동이 벌어지는 원내 매점들에 대해 당국은 2월28일 업자전체회의를 열어 『금년에는 지점가격이상을 절대 받지 않겠다』는 업자들의 다짐을 받아두었고 지금까지 어른 10원씩 받던 유료변소 사용료를 3월부터 5원씩만 받기로 했다.

<동물원에 식구 늘어|흑조·원숭이 9마리>
그리고 큰 물새집부터 춘당지까지 8백m의 중앙도로는 보도「블록」으로 깨끗이 포장되며 3월14일에는 대온실이 문을 연다.
이곳에는 95종의 열대식물 50 그루의 고목분재 외에 50종의 선인장 3백16 그루가 심어진 선인장동산이 자리하고 있어 선인장애호가들의 칭찬을 받을 것이 예상된다.
한편 동물원엔 새식구가 여럿 늘었다. 겨울동안에 흑조가 낳은 알이 부화되어 흑조 한 쌍이 집에 들었고 「필리핀」 원숭이 등 9마리의 새식구가 독지가들의 호의로 들어왔다.
갈매기·기러기·오리 등 물새들은 요즘 번식기를 맞아 춘정을 못 이기겠다는 듯 교성이 번거롭지만 백곰은 기온이 올라가자 고향인 북극이 그리운 듯 그늘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또 동믈원에는 얼룩말·낙타·흰 곰 등 모두 네 마리의 동물들이 지난겨울 짝을 잃은 채 독수공방으로 지내왔다.
창경원 당국은 봄기운이 우리 속에 스며듦에 따라 올 봄에 20여만원의 예산으로 모두 짝을 맺어줄 계획이라고.
올 봄에는 또 기린 한 쌍과 「고릴라」 한 쌍을 일본으로부터 들여올 예정이다.

<창덕궁은 백토포장|경회루도 연못 준설>
한편 창덕궁은 69년9월부터 작년 6월까지 2억5천만원을 들여 전면보수, 정화한데 이어 금년 봄에는 돈화문에서 함양문까지의 길을 백토로 포장한다.
경복궁은 경회루 연못을 준설하며 근정전을 단청, 면목을 일신한다.
향원정 주위에는 개나리 30 그루를 심어 꽃동산을 이룰 계획.
덕수궁도 대한문 안쪽에 가로 7m 세로 3·5m의 대형간판을 세우고 연못주위에 35 그루의 개나리를 심으며 4개의 전·각의 창문의 대형유리를 모두 갈아끼우는 등 봄치장이 한창이다. <채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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