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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화록 삭제, 진술 아닌 디지털 증거로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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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NLL대화록) 실종사건과 관련, 7일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을 지낸 임 전 비서관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비롯한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주도한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이날 임 전 비서관을 상대로 청와대 이지원(e-知園)에 등재됐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고 삭제된 경위를 물었다. 임 전 비서관은 “이지원과 청와대기록물관리시스템(RMS)을 통해 축적된 기록물은 모두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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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에는 노무현정부 마지막 기록물비서관을 지낸 김정호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가 소환조사를 받는다. 기록물 이관에 관여한 이창우 전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과 이지원 개발 담당자인 민기영 전 업무혁신비서관, ‘봉하 이지원’을 구축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부 본부장 등도 소환될 예정이다.

 이들은 대화록 삭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진술에만 의존하는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봉하 이지원’에 대한 분석으로 회의록 수정과 삭제 과정을 대략 파악한 만큼 소환조사는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아 어떻게 이행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은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디지털 증거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 이관에 참여한 노무현정부 인사들은 관련 기록을 모두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의 변호인인 박성수 변호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복수 관계자들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책자로 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남기지 말라는 지시는 있었을지 몰라도 이지원에 있는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2007년 말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을 총지휘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말하는 ‘원본’ 회의록이 왜 삭제됐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수석은 조 전 비서관이 과거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종이문서를 없애라고 한 것을 착각했거나 실무진에게 잘못 전달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정본’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실수로 이관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수석은 “모든 자료는 ‘종료’를 눌러야 분류가 되는데, 조 전 비서관이 실수로 종료를 누르지 않아 대통령지정 기록물로 분류되지 않아서 안 넘어간 것이란 추정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나도,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도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이어 “본의 아니게 논란의 인물이 된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이 적극적으로 이런 사실들을 밝혀 나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가영·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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