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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엇만으론 北 중·고 고도 미사일 요격 불가능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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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호 08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북한이 두 방식으로 미사일을 쏘면 한국군은 현재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까.

해·공군서 THAAD와 SM-3 구입 왜 거론되나

#가정 1=핵탄두를 실은 노동 미사일이 남한으로 넘어왔다. 공군의 방공유도탄사령부는 상공 15~30㎞일 때 패트리엇-3 미사일을 발사해 요격한다. 그런데 파괴해도 의미가 작다. 핵탄두 폭발로 발생하는 방사능 물질이 그대로 남한에 떨어져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상과 너무 가까워 1회 요격에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가정 2=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노동 미사일을 고각도(로프트 사격 방식)로 발사한 뒤 경기도 중부 상공 80~100㎞에서 폭발시켰다. 소위 전자기파(EMP) 폭탄이다. 폭발의 영향은 남한을 강타해 전자장비는 온통 마비되고 전투력은 급상실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막을 중·고 고도 요격 무기가 없다.

올해 초까진 애로 미사일이 유력 후보
한국 국방연구원(KIDA) 국방획득연구센터 김병용 연구원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위한 제언(2013년 7월 22일)’은 “저층 방어 위주인 KAMD는 방어 영역이 좁고 요격 확률이 낮다”고 지적한다.

북한 미사일은 대개 사거리 1000㎞ 이하인 중·단거리 미사일이며 KN-02·스커드·노동 미사일이 있다. 이들을 이미 도입한 패트리엇 미사일과 신규 도입할 PAC-3 미사일로 30㎞ 이하 고도에서 요격한다. 그것이 저층 방어다.

그런데 저층 방어는 요격 시간이 짧고 요격도 어렵다. 고도 100㎞ 이상, 보통 우주라고 말하는 외(外)대기권의 중간-상층 단계에서 요격한다면 방어 확률이 높아진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는 저층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완벽한 KAMD 구축에 드는 돈이 너무 크고 중국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상층 방어 무기체계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조가 변했다”고 말했다.

그럴 수 있는 무기가 THAAD와 SM-3다. 올해 초까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KIDA, 국방과학연구소(ADD) 합동회의에선 이스라엘제 애로 미사일이 유력했지만 북한 핵실험 뒤 제외됐다. THAAD와 SM-3 중 공군이 미는 THAAD가 소요제기 속도에서 앞선다. THAAD는 탐지거리 2000㎞ 이상인 AN/TPY-2 고성능 X밴드 레이더와 요격고도 40~150㎞, 사거리 약 150㎞인 미사일(발사대 6기, 각 8발)로 구성된다. 본지가 확보한 군 내부 자료에 따르면 1개 포대에 약 2조원이 드는데 우리에겐 4개 포대 8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전력화엔 5년 정도 걸린다.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에 장착할 수 있는 SM-3에 마음이 가 있다. 군 관계자는 “해군 지휘부는 한마음”이라며 “보유 중인 이지스함 세 척에 탄도탄 방어시스템을 추가하는 성능 개량 뒤 미사일을 구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SM-3블록2A는 요격 고도 70~500㎞, 사거리 약 500㎞여서 THAAD보다 성능이 높다. 이지스함 성능 개량에 8000억원이 들고 미사일은 한 기에 150억원이다. 함정마다 20기를 실으면 총비용은 2조원 정도다.

해군은 공군보다 소요제기 속도에서 뒤지지만 해·공군엔 벌써 THAAD와 SM-3을 둘러싼 은근한 논쟁이 벌어진다. 상대 주장에 대응 논리까지 만들었다. 가장 큰 쟁점은 중국을 자극하느냐 여부다.

중국의 ‘MD 민감증’은 이미 2008년 3월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중국 인터넷 언론은 선양(瀋陽)·난징(南京)·베이징(北京)·산둥(山東) 군구 대표가 중앙군사위에 ‘미국이 한국에 MD를 하면 역내 불안정이 야기되며 이는 한·미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안규백 의원도 “민주당은 당론은 아니지만 중국을 고려해 한국의 미국 MD 가입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도 “고고도 방어용인 SM-3는 단거리 위주인 북한 미사일 요격용이 아니며 중국이 일본·미국(괌이나 하와이)을 향해 발사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중국이 경계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떨어지지 않는 궤도로 비행하는 중국 탄도탄을 요격할 능력을 갖춘다면 중국을 자극할 것이란 논리다. 요컨대 ‘THAAD는 KAMD지만 SM-3는 MD’라는 것이다.

해군 “중국 문제는 고려 대상 아니다”
해군은 ‘SM-3 구입과 미국 MD는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해군은 ‘우리 안보에 필요한 군사력 건설은 예산과 기술의 문제일 뿐 다른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해군 관계자는 “일본처럼 가입했다고 하려면 미군이 자위대의 이지스함을 기술적으로 통제하는 수준은 돼야 하는데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중국도 군사력을 확장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국은 레이더에도 민감하다. THAAD 시스템의 AN/TPY-2 레이더는 고출력·고성능이어서 한반도 배치 시 중국 내 미사일 기지의 움직임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미국은 가능하면 한반도에 TPY-2 레이더를 배치해 중국 미사일 발사를 조기 탐지하고 싶어 한다”며 “이 레이더는 특히 중국 핵전력의 핵심인 발해만 배치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을 완벽하게 추적해 조기 요격하는 데 핵심 장비”라고 말한다.

해·공군은 다른 쟁점에서도 은근히 신경을 곤두세운다. 한 해군 장성은 “지난 6월 미 해군대학원이 주최한 요격 실험에서 SM-3는 북한의 여러 미사일을 100% 요격했는데 THAAD나 PAC-3의 요격률은 낮았다”며 “SM-3는 최대 고도 94㎞인 단거리 스커드B 미사일도 요격하고, 북한 상공에 대기시켰다가 요격할 수 있어 THAAD보다 안전한 요격이 가능하다”며 성능 문제를 부각시킨다.

레이더도 논쟁거리다. 해군 관계자 “지상 배치 TPY-2 레이더는 산에 가리고 지상의 전자파 장애 때문에 낮은 고도 감시가 불가능하며 미사일이 90㎞는 상승해야 탐지할 수 있는데 이지스함의 레이더는 30~40㎞ 고도에서 탐지할 수 있어 THAAD보다 탐지가 빠르다”며 “올해 초 북한이 다연장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이지스함 레이더는 모든 미사일을 추적했지만 지상 배치 그린파인 레이더(이스라엘제)는 가장 높이 올라간 미사일 하나만 추적했던 사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돈도 SM-3가 더 적게 든다는 주장이 있다. SM-3는 이지스함 부대와 병력이 추가로 필요하지 않으며 운용 중인 함정만 개량하면 되고 전력화도 3년이면 되는데 공군의 THAAD는 현역 수백여 명과 33만㎡의 땅이 필요해 예산이 더 든다는 것이다. 공군은 이에 대해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요격을 위해 이지스함은 연안에 근접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대양에서 함정을 지휘한다는 이지스함 본래의 목적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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