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야구] 호랑이 우승 10회 … 무등구장 추억이 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KIA 타이거즈가 4일 광주 무등야구장 시대를 마감했다. 왼쪽 담장 너머 5층 높이의 최신식 야구장 ‘챔피언스필드’가 건축되고 있다. 챔피언스필드는 내년 시범경기부터 KIA의 홈으로 사용된다. [광주=뉴시스]
챔피언스필드 내부 전경. 12월 완공된다. [김민규 기자]

광주 북구 임동 316번지. 무등산으로부터 10㎞나 떨어져 있지만 광주 시민들은 이곳을 무등경기장이라고 부른다. 축구장과 나란히 있는 무등야구장은 반세기 가까이 광주 시민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전국에서 가장 야구를 좋아하는 광주 시민들은 신이 나도, 화가 나도 무등야구장에서 소리쳤다. 1983년 해태 타이거즈의 첫 우승부터 2009년 KIA 타이거즈의 첫 우승까지 무등야구장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제46회 전국체전을 치르기 위해 65년 10월 광주공설운동장이 개장했다. 얼마 후 무등야구장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곳은 선동열(KIA 감독)이 던지고, 김성한(한화 수석코치)이 때리고, 이종범(한화 코치)이 달리는 프로야구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타이거즈 10차례 우승의 역사, 그리고 타이거즈의 팬들의 함성을 담고 있는 무등야구장의 시대가 48년 만에 끝났다. 4일 KIA-넥센전을 끝으로 이곳에선 더 이상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KIA가 8위에 그치고 있는 탓에 포스트시즌이 아닌 정규시즌 최종전이 고별 무대였다.

 도도한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무등경기장 옆 축구장 부지에 거대한 스타디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챔피언스필드. KIA가 내년 시즌부터 홈구장으로 사용할 곳이다. 현재 7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챔피언스필드는 12월 완공 예정이다. 마무리 작업도 내년 3월 시범경기 이전에 끝난다. 지난해 말 기공식을 한 대구의 신축 구장은 2016년 개장하고, 대전과 부산의 새 구장 건축 계획은 아직 없다.

 챔피언스필드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300억원을 투자했고, 국비와 시비까지 총 994억원을 들였다. 무등야구장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관중석 2만2328개가 설치된다. 지하 2개 층에 주차장이, 지상 5개 층에 스카이박스 32개를 비롯한 관중석이 들어선다. 일본이나 미국의 최신 구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와 시설이다.

 챔피언스필드는 홈플레이트와 백스톱 뒤 관중석의 최단 거리가 18.5m밖에 되지 않는다. 18.44m의 투수와 타자(홈플레이트) 사이만큼이나 짧은 거리에서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외야 파울라인과 관중석은 3m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파울존이 좁으면 타자에게 유리해 ‘타자 친화적’ 구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챔피언스필드는 홈에서 펜스까지의 거리(좌·우 99m, 가운데 122m)가 꽤 먼 편이어서 투수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타자 친화적’ 또는 ‘투수 친화적’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챔피언스필드는 ‘관중 친화적’이다. 오후 5시가 넘으면 내야 전 좌석에 그림자가 생기도록 설계됐다. 외야에는 테이블석 144개만 갖다 놓고 잔디밭과 모래밭을 만들어 팬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KIA는 많은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무등야구장의 딱딱한 잔디와 위험한 시설 탓이었다. 챔피언스필드 그라운드에는 최고급 잔디 켄터키블루를 심었다. 잔디를 옮겨 놓은 다른 구장들과 달리 씨앗을 뿌려 잔디가 뿌리 내리도록 했다. 최고의 인프라를 갖춰 최고의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조호 KIA 단장은 “새 구장에서 최고의 팬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선수들도 좋은 플레이를 할 것이다. 아울러 챌린저스필드에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제대로 된 2군 시설이 없었던 KIA는 250억원을 들여 2군 전용훈련장과 숙소가 마련된 챌린저스필드를 지난 8월 말 전남 함평에 개장했다.

광주=김식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