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사건 관계자와 커피 한 잔만 해도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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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선 경찰서 수사과에서 일하는 A 경사는 고소인 B씨와 경찰서 인근 커피숍에서 만나 커피를 마셨다. B씨가 “제 사건 때문에 고생 많으시다”며 찾아온 것이다. 둘 사이에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간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A 경사는 “이런 식으로 찾아오면 곤란하다”며 B씨를 10분 만에 돌려보냈다. 커피 값도 A 경사가 냈다.

 사건 관계자와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신 A 경사는 징계 대상이 될까. 일주일 전만 해도 아니었지만 현재는 징계 대상이다.

 경찰청은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 청탁 제로(zero)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하고 지난달 26일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내려보내 시행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고소인·피고소인·피단속 당사자 등 사건 관계자와 담당 경찰 간의 개인적인 만남이 일절 금지된다. 업무적으로 만날 경우에도 경찰서 내에서만 만나도록 장소를 제한했다. 예컨대 A 경사처럼 고소인과 경찰서 밖에서 커피만 마셔도 견책·감봉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경찰은 현장조사 등 부득이하게 외부에서 사건 관계인을 접촉할 경우에는 수사서류에 반드시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또 친족(8촌 이내)·지인 등과 관련된 사건을 맡지 않도록 하는 ‘회피 의무’도 제도화하기로 했다.

 경찰관이 이를 위반하면 사건 관련 청탁이나 금품수수가 없더라도 엄중히 징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과 4촌 이내 친족, 금전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경우에 해당 업무를 회피하게 한 기존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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