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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메드 중국 계림] 계림의 산수가 천하에서 제일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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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계림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강유람.

계림 클럽메드로 떠나기 전 딱 두 가지를 기대했다. 그 하나가 계림(桂林·구이린)이었고, 또 다른 하나가 클럽메드였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계림은 중국에서 예부터 계림산수 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계림의 산수가 천하에서 제일이다)란 말이 내려올 정도로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카르스트 지형(석회암 지대 중 일부가 물에 용해되고, 남겨진 부분이 송곳처럼 우뚝 솟은 지형)이 빚어낸 3만여 개의 봉우리는 분명 장관일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봉우리 3000여 개에 불과한 베트남 할롱베이도 그랬으니까.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낯선 시각적인 자극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면 계림이야말로 그런 즐거움을 충족시켜 줄 최고의 장소이리라 기대하는 게 당연했다.

 보이는 장면 장면이 그대로 딱 산수화 같은 곳인데, 묶는 리조트가 클럽메드라니…. 클럽메드는 또 어떤 곳인가. 어른들의 디즈니랜드 아닌가. 디즈니랜드가 입장권만 내고 들어가면 덜컹거리는 인디애나존스 지프를 타고 모험하다가도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미키와 미니를 만나 같이 춤추며 어린이의 환상을 눈앞에 펼쳐주는 곳이라면, 클럽메드는 어른의 환상을 구현한 공간이다. 어린 자녀와 동행해도 나를 대신한 그 누군가가 지극정성으로 아이와 놀아주니 나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액티비티와 스포츠를 모두 무료로 배울 수 있다. 내가 누구든 어떤 지위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클럽메드 리조트에 발을 딛는 순간 마치 “당신이 내 제일 좋은 친구”라는 듯 GO(Gentle Organizer·상주 직원)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내 안부를 묻고, 내가 조금이라도 더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애쓴다. 더 중요한 건 하루 종일 아무 때나 먹고 싶을 때 먹고,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놀고 싶을 때 논다. 돈 걱정 없이 말이다. 간혹 돈을 내야 하는 투어가 있지만 이건 그야말로 옵션이다. 안 해도 다른 할 게 너무 많으니까.

(위로부터)사이드카투어를 하면 볼 수 있는 청나라 때 조성 된 마을 모습. 리조트 안에서 할 수 있는 암벽 등반.

 이런 최상의 두 조건이 결합한 계림 클럽메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설렜다. 너무 기대가 과했던 탓일까. 밤 비행기로 계림에 내려 리조트까지 가는 50여 분 동안 버스 창 밖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당연했다. 밤이었으니까. 피곤한 몸을 잠시 뉘였다 아침에 깼을 때 눈에 봉우리 몇 개가 뜨문뜨문 보였다. 그러나 3만여 개의 봉우리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장관은 없었다. 당연했다. 여긴 외딴 리조트니까. 그러나 상관없었다. 인공이 아니라 진짜 암벽 등반을 할 수 있었고, 작은 골프 코스도 있었고, 초보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는 산악 자전거 코스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걸. 3박4일 일정 내내 비가 내렸다. 모든 야외 액티비티는 취소됐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 지역은 1년 중 200일 이상 비가 온다. 연중 강수량이 1900㎜로, 여름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서울의 1500㎜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선택은 딱 둘이었다. 그냥 당구 치고 가라오케에서 노래 부르며 시간을 보내든지, 아니면 돈을 내고 외부 투어를 떠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감탄해 마지 않는 이강 유람은 물론, 계림시에서 가장 높은 요산 케이블카 관광, 그리고 장이머우 감독이 만든 인상유삼저 관람 모두 즐기려면 따로 적잖은 돈을 내야 한다. 둘 다 싫다면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든지. 이 역시 서울의 웬만한 호텔과 맞먹는 가격이었다.

 스파는 시설과 서비스 모두 훌륭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폭우를 뚫고 산길을 누볐던 사이드카 투어도 재밌었다. 그러나 이건 누구나 기대하는 클럽메드는 아니었다. 클럽메드라기보다 그냥 계림에 있는 한 중국 리조트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고객 대부분이 중국 본토 사람이었던 것도 이런 인상을 준 듯하다.

 계림 클럽메드는 지난 8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매력적인 둘의 조합이 더 매력적으로 거듭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계림=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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