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매수 계속될까 … 증권 투자팀장들에 물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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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이례적인 바이(buy)코리아 행진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지난달 23일 시작된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이 27일로 23거래일 기록을 세웠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3∼4월(22일) 기록은 이미 넘어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3월(34일)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계속되고 있지만, 강도는 약해졌다. 8월 말∼9월 초 유가증권 시장에서 하루 5000억원 이상을 꾸준히 순매수하던 외국인들은 최근 들어서는 2000억∼3000억원대로 규모를 많이 줄였다. 내용에도 변화가 있다. 이번 바이코리아의 시발점이 됐던 개별종목 순매수(비프로그램) 매매가 주춤하고 대신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가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번 바이코리아에 기대가 컸던 것은 규모나 기간도 있지만 과거 대세 상승기에 꼭 있었던 외국인들의 비프로그램 매수가 3년여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점 때문이었다. (본지 9월 13일자 B1면)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도 한국 주식을 꾸러미로 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규모의 차익거래(선물과 연결된 단기적 투기자금)가 숨어 있다.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원은 “9월 이후 글로벌 펀드에 자금이 유입됐음에도 한국에선 외국인들의 개별종목 순매수가 둔화됐다는 것은 한국물 비중이 목표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며 “이전 같은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순매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27일 장 마감 직후 본지가 6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에게 설문한 결과에서도 대다수는 바이코리아가 일단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시장 불안이 진정되면서 한국의 상대적 선전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번 바이코리아의 중심에 있는 미국계 자금이 미국 의회의 부채 한도 상향 여부에 따라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화값이 달러당 1073원까지 오른 것도 부담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실적 추정치도 내려가고 있어 많이 오른 종목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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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코리아가 주춤해도 외국인 자금 이탈로는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시장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과거에 비해 글로벌 펀드에서 한국물 비중이 여전히 작은 데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KB증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한국 관련 4대 펀드의 한국물 비중은 8.2% 수준이다. 한때 6.4%까지 떨어졌지만 이번 바이코리아로 외국인들이 9조원가량을 매수하면서 7.4%까지 올라왔다. 평균까지 회복된다고 보면 앞으로도 5조~6조원의 매수 여력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한화투자증권 배재현 연구원은 “한국 주식 비중이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아직 낮고, 외국인들의 환차익 실현도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라며 “외국인들의 순유입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바이코리아 장세에서 유망 업종은 뭘까. 6명의 투자전략팀장 중 4명이 은행주를 꼽았다. 외국인들이 최근 은행주 매수를 시작했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서는 아직 비중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부동산 거래량과 은행의 이자 마진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은행주는 과거 원화 강세기에는 대부분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자동차(3명)와 IT(2명) 업종을 꼽는 사람도 있었다. 신영증권 김재홍 투자전략팀장은 “바이코리아에 편승하려면 시총 규모가 크고,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고, 이익이 안정적인 업종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투자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은행·IT 등의 외국인 선호 업종 중에서 많이 오르지 않은 종목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창희·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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