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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제자=백두진>|비서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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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①정치적 위치
②법적 지위
③비서실
④역대의 얼굴
자유당 정권 때는「비서정치」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고위 관직의 비서 진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적이 있었다. 때로는 고위 정치인이나 관리보다도 그 비서들이 정치일선에 개입하거나 인사·이권 청탁 등에서 더 세력을 보인 경우도 많았다.
공화당 정부로 들어선 후에도 비서들의 세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이 외형상 한계를 지켜 왔고 총리비서실의 경우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이것은 비서실이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대외관계의 측면 뿐 아니라 일상 업무가 기계적인 절차에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총리비서실은 정부조직법과 대통령령「국무총리 비서실 직 제 규정」에 따라 차관급인 비서실장 아래 정무(1급)총무, 정보, 공보, 의전(이상 2급 갑)비서관등 모두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윈 별정직인 비서실 직원들은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총리의 의사에 따라 자유로이 임명된다. 이런 구성과 신분은 정부의 다른 비서실과 공통된 점이지만 비서실의 경제적인 기능에서는 그 나름의 특징이 있다.
총리비서실의 업무처리는 조화를 최선의 방도로 삼아 왔다. 즉, 총리실의 견해나 판단을 내놓지 않고 몇 갈래 이견이 있어 매듭 짓기 어려운 일에「조정 역」이 되도록 방향을 모았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연초 결정된「자가용 승용차의 지역별 연차 허용 계획」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총리실이 꼭 개입 조정해야 할 일들은 눈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역시 주요 업무는 이미 확정되어 요식 행위 (총리의 결재)만 거치는 일들이다. 서울시 행정에 대한 감독 업무가 큰 부분이지만, 이것도 주요 정책과 사업의 줄거리는 다른 차원에서 결정되고 총리실은 사후 관리나 맡고 있는 정도다. 비서실의 이것은 특징은「정치의 장」을 따로 벌이지 않고「중화」에만 힘을 들인 정일권 전 총리의 통솔지침에 의해 싸여졌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좁혀진 업무 반경은 비서실의 예산에서도 엿 볼 수 있다. 내년도 예산이 5천8백만 원(공관 유지비 9백60만 원 포함)으로 올해 예산 4천9백만 원보다 약 8백만 원이 늘었지만, 대통령 실 예산(경호 실 포함) 에 비해 삼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산은 그나마 비서실 인건비 수용 비가 거의 전부다.
그밖에 국무총리에게는 월 50만원의 특별 판공비가 예산에 계장 되어 있는데 비서실이 이 규모에서 운용되리 라고 는 볼 수 없다.
제약된 경비는 비서실의 침체와 비서직의 제1 요건이라 그까지 부르는 창의성의 개발을 막는 이유로 지적되기도 한다. 또 총리가 그때그때 필요로 하는 각 분야에 대한 식료를 충분히 준비하는데 미흡했던 것 같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일권 전 총리는「특별 보좌관」(2급 갑 상당)을 두어 주로 국제정치 분야를 맡겨 자주 분석보고를 들었다. 총리실의 주인이 바뀐 탓으로 그 비서실은 얼마나 달라질까.
백 총리는 취임 전 날 국무위원들과 만났을 때『모르는 것도 묻고, 아는 것도 묻겠다』고 했고 첫 국무회의를 마치고는『전에 총리를 할 때는 사무실에서 빵을 먹으며 일을 봤다』고 했다.
총리실 주변에 어떤 바람이 새로 일 것이라고 보는 이가 있는 것은 신임 총리의 성격과 그의 취임 후 며칠간에 볼 수 있던 활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새로 비서실장을 맡은 서인석씨는「자제」가 지나칠 정도의 선비형. 그래서 비서실에 어떤 바람이 일더라도 그 바람엔 한계가 있을 듯 싶다.
총리 주변엔 공식 비서관 외에 비공식으로 보좌하는 인사들이 으레 있기 마련이다. 후 전 총리에게는 주요 문제가 없더라도 틈 나는 대로 들러 얘기를 나누며 조언해 주는 사람들이20여명 가까이 있었다.
공화당 소속 의원과 경제계 학계 종교와 문화계 등 사회 각계의 친분 있는 저명인사가 있는가 하면, 퇴역한 미군장성도 있었다.
신민당 소속 국회의원 2∼3명을 포함한 재야 인사들과도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만났다. 64년 5월 한-일 회담 반대 고전「데모」가 치열할 때 취임한지 며칠 안된 정 총리는 이틀 동안에 60여 국내 외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 박 대통령에게 종합적인 얘기를 건의했었다. 정 총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그쳤고「인맥」의 형성에 조심성을 보인 것이 특색이다.
총리의 직속으로 돼 있는 내각 기획 조정실은 사실상 총리의 정책 보조기관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획 조정실의 핵심 업무인 정부 주요 사업, 정책에 대한 매분 기의 심사·분석은 총리의 행정 각 부에 대한 통합 업무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기보다 실제로는 내각 전체의 기획·조정 업무를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리가 평소 기획 조정실 업무를 관장하면서 내각 전체의 행정 집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정책 비서실」 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장관급인 실장 아래 차장(1급) 과 4명의 조정 관(2급)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기획조정실은 각 분야별로 90명의 평가 교수단을 포옹하고 있고, 이 가운데서 장관을 비롯한 많은 고위 관리를 배출하고 있어 최근엔「장·차관 배출 예비사단」이란 별칭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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