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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취재일기

이해할 수 없는 대한민국 별 넷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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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별 넷. 군인에겐 꿈의 계급이다. 대한민국 국군에는 8명의 별 넷(대장)이 있다. 합동참모본부 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연합사령부 부사령관, 1·3군 사령관, 제2작전사령관이 그들이다. 이들에 대한 인사가 25일 단행됐다. 8명의 대장 가운데 5명을 교체키로 했다. 국회 인사청문 대상인 합참의장을 제외하곤 4명은 대통령의 임명절차와 취임식만 남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이 합참의장에 발탁됐다. 65년 군 역사상 합참의장을 해군이 맡는 건 처음이다. 합참의장은 육군이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관행을 깬 파격이다. 이를 통해 각군의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대목이 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성일환 공군참모총장은 유임되고, 6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임명된 조정환 육군참모총장은 교체된 부분이다.

 조정환 총장은 당초 합참의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던 인물이다. 반면 성 총장은 공군 수뇌로서 차기 전투기(F-X)사업 불발의 책임이 거론되고 있는 인사다. 그는 차기 전투기 선정과 관련해 그간 “아무것이나 사달라”는 입장이었다. 스텔스 기능이 부족한 F-15SE가 선정되지 않은 데 대해선 지금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다. 전략 부재와 혼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성 총장은 남고, 조 총장은 경질됐다.

 이런 의아한 인사에 대해 국방부는 아무런 공식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국방부 관계자들은 “공군 총장은 최 의장 후보자의 후배뻘인 데다, 6개월 정도 남은 2년 임기를 보장해 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조 총장에 대해선 같은 해에 사관학교에 들어간 동기생뻘인 최 후보자가 의장이 되면 서로가 부담이란 이유에서 교체한 것이라고들 말한다.

 동기생이라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을 동시에 수행하지 못한다?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기수(期數) 문화’를 육·해·공군 사이에까지 확대 적용시켰다는 뜻이다. 또 임기가 짧게 남은 사람은 보장하고 길게 남은 사람은 간다?

 성 총장 유임의 ‘진짜 이유’에 대해선 현재 이런 해석이 대세다. “면모일신 차원에서 총장 인사를 하려면 모두 하는 게 맞는 건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앞으로 결국 차기 전투기와 관련해 잡음이 있을 때마다 성 총장을 방패막이로 세우려 한 것이 아닌가.”(안규백 민주당 의원, 국회 국방위 간사)

 책임질 일이 있는 사람은 남고, 책임질 일이 없는 사람은 임기가 많이 남아도 나가는 인사가 올바른 그림인지 의문이다.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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