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안 與 시간끌자 朴의장이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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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친 진통 끝에 여야는 26일 국회에서 '절반의 승리'를 나눠가졌다. 한나라당은 대북 송금 사건의 특검 법안을, 민주당은 고건(高建)총리 임명 동의안을 관철했다.

그러나 이 결과를 얻기까지 본회의장에선 고함이 난무했고, 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지연행위)까지 연출됐다. 특검 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데 반발해 민주당은 한때 농성도 검토했다.

◇난산 속 총리 인준=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특검 법안이 오후 4시30분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자 민주당은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朴의장과 한나라당을 성토했다.

정균환(鄭均桓)총무는 "의장이 날치기에 동조했다"고 했고, 이상수(李相洙)총장은 "반민주적인 폭거"라고 비난했다.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를 거부하고 농성에 돌입하자는 강경 발언도 난무했다.

논란 끝에 장영달(張永達).이미경(李美卿) 등 일부 신주류 의원들이 "불쾌하지만 새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총리 인준안은 통과시키자"고 했고, 한화갑(韓和甲)전 대표도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 임하자"고 의원들을 다독여 가까스로 오후 7시 본회의가 다시 열렸다.

표결 결과 高총리 임명동의안은 재석의원 2백46명 중 찬성 1백63표, 반대 81표(무효 2표)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은 본회의장을 돌며 소속의원들에게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큰일난다"며 "가(可)자를 써라"고 독려했다.

표 단속에 나섰던 한나라당 박혁규(朴赫圭)부총무는 "우리 당의 찬성률이 60%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법안 단독 처리=특검 법안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은 이날도 평행선을 달렸다. 오후 2시 본회의가 열리자 민주당에선 이만섭(李萬燮)전 국회의장 등 11명의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에 나서 특검 불가 논리를 펴며 지연전술을 폈다.

朴의장은 오후 4시 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뒤 "30분의 시간을 줄테니 양당 총무들이 더 협상하라"며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의원총회로 다시 시간을 지연시키자 朴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특검법안 표결을 선포했다.

재석의원 1백62명 중 1백58명이 찬성했다.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이인제(李仁濟)의원 등도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의원뿐이었고, 3명(金榮春.金洪信, 朴의장)이 기권했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金의원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북핵 사태 등 긴박한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특검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당 행위인지는 지도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박승희.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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