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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연구의 태두 「람스테트」 박사-김방한<서울대 문리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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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람스테트」 박사(C·J·Ramstedt)는 우리 국어학계에는 이미 잘 알려진 핀란드의 저명한 알타이어학자요, 몽고어학자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한국어 학자로서 관심을 끌었고 주목되었다. 그가 불멸의 업적을 남기고 향년79세를 일기로 영면한 것이 1950년11윌25일. 따라서 오는 25일이 그가 서거한지 꼭 만20년이 된다.
「람스테트」 20주기를 맞이하여 우리의 입장에서 그의 학문적 공적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학계에서 그의 연구가 이숭령 박사에 의해서 최초로 구체적인 소개가 되었고, 그의 생애와 업적이 또한 상세히 소개된바있다(이숭령·음운론연구). 그 뒤 국어의 계통연구에서 언제나 「람스테트」박사의 연구를 인용하고 그의 이름을 빠뜨릴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는 터키어·몽고어·퉁구스 어에 관한 개별적 연구부터 알타이어 비교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문법과 그 계통연구, 또 일본어에 이르기까지 실로 폭 넓은 언어학자로서 그의 저서와 논문들은 그 하나 하나가 모두 중요한 학술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는 특히 몽고어학과 알타이어비교 언어학을 진정한 언어학적 연구의 궤도에 올려놓아 알타이어학계에 하나의 불멸의 금자탑을 남겼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그가 최초로 국어계통연구의 과학적인 길을 열고 그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불멸의 공적을 인정해야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업적을 간단히 되돌아보기로 한다.
과거 우리말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들 장식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터키어·몽고어·퉁구스어 등을 포함한 이른바 알타이어와 우리말의 표면적인 유사성에 의한 것으로 진정한 언어학적 증명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주위를 돌아볼 때 모든 면에서 언어구조가 전혀 다른 중국어를 제외하고 한국어와의 비교가능성이 있는 언어는 북쪽의 알타이 제어와 일본어만이다. 그만큼 이들 언어에는 현저한 표면적 유사성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말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말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유사성에 불과한 것으로 그 유사성이 과연 동족관계인 친근성에 의한 것인지는 엄격한 언어학적 방법에 의해서 입증되어야 한다. 한국어는 알타이 제어와 그렇게 현저한 유사성을 보여주기는 하나 그것을 엄격한 뜻에서 입증하기가 대단히 곤란했던 것이다. 이 때 고「람스테트」박사는 알타이 어학의 토대를 닦았을 뿐만 아니라 최초로 우리말과 알타이 제어와의 비교에서 국어의 개통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방향을 제시됐던 것이다.
그는 「알타이어학개선」에서 음운·형태 양면에서 비록 단면적이긴 하나 한국어가 보여주는 알타이어와의 공통적인 요소를 지적하고 한국어에 있어서의 알타이어적 요소를 언어학적으로 엄밀하게 분석 비교했던 것이다. 그는 또한 여러 논문에서도 한국어의 계통연구를 위한 많은 암시와 연구방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와 함께 『한국어 어원연구』는 국어와 알타이어와의 관계를 입증할만한 많은 자료를 제시했다. 여기서 그는 한국어가 알타이어학에서 어느 언어 못지 않게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는 물론 한자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잘못보고 비교하는 등 외국인 학자로서 범하기 쉬운 과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저서는 비단국어의 계통 연구뿐만 아니라 알타이어비교 연구에서도 세기적인 큰 업적으로서 알타이어와 같은 어원인 국어의 어휘를 제시했다. 몇몇 언어의 친근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음운대응의 규칙성, 혹은 음운법칙을 전제로 해야한다. 그러나 알타이어학에서는 특히 우리 말과의 비교에서 그러한 음운법칙의 설정이 극히 곤란하다.
이러한 점에서 위의 『한국어 어원연구』는 앞으로 음운법칙을 수립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제시했다는데 큰 공적이 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알타이어학에서 「람스테트」법칙이라고 부르는 음운법칙을 수립했다. 그것은 만주어의 어두음 f-가 현대 몽골어의 「영」 소멸했음을 의미. 중세 몽골어에서는 f-, 또 어느 방언에서는 h-, 터키어에서는 b- 또는 영과 대응하는 것으로 이것은 수조어에서 p- 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두에 ㅂ이 있는 국어의 어휘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주목된다. 예를 들면 국어 붉(은), 만주어 fulgiyan, 몽골어 ulagan<수pulangan).>
우리는 여기서 그의 한국어 연구에 기여한 공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우리들 자신의 연구가 더욱 크게 발전해야 할 것을 다짐해야할 것이다. 이 기회에 서울대 문리대 동아문화연구소에서는 그의 20주기를 맞이하여 강연회를 열고(25일 하오2시) 또한 그의 저서와 논문, 그리고 「알타이」학 연구자료와 귀중 도서의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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