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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수권정당론' 국회 정상화 물꼬 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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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왼쪽)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추석 민심 보고 간담회’에서 전병헌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원내외 병행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씀에는 일치하는 것 같다”며 추석 연휴 뒤 투쟁 방향에 대한 당내 기류를 밝혔다. 김경빈 기자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원내외 병행투쟁론’이 정국 정상화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에서 홀로 연휴를 보낸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무게를 두며 ‘민생 대 비(非)민생’ 구도로 야당을 압박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추석 노숙’을 했던 김 대표는 천막을 접지 않을 것임은 분명히 했으나 당내 일각의 전면 장외투쟁 요구와는 달리 “원내외 장외투쟁이 대원칙”이라고 밝혔다.

 ◆김한길 “ 제1야당 몸가짐이 중요”=김한길 대표는 지난 21일 밤 천막당사에서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추석 연휴 기간 의원들과 공유한 입장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원내외 병행투쟁은 당이 정한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제1야당으로서의 면모가 중요하다. 집권을 준비하는 정치세력으로서의 갈 바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향후 원내외 병행투쟁과 관련, 당내에선 ▶‘민주주의 회복’을 기치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장외투쟁을 강화하고 ▶원내에선 24시간 국회를 비상으로 운영하는 ‘원내 대표 취침 투쟁’을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예산안 심사 등을 보이콧하지 않고 여야 협의를 봐가며 진행하되 국회 바깥에선 시민사회단체를 집결해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를 키운다는 이원(二元)투쟁론이다.

 원내와 원외의 투쟁 강도를 모두 높인다는 포석이긴 하지만, 어찌됐건 공전 상태였던 정기국회가 본격 가동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김 대표는 추석 연휴 전 박 대통령과의 3자회담에 대해 “깊은 침묵 속에 있던 박 대통령의 속마음이 무엇이었는지 드러난 게 성과”라며 “박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도 실적이 아닌 이미지에 기반한 것이므로,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전격 도입이라는 구체적인 성과에 기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권 첫해 지지율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잘해야 한다. 지금은 현미경으로 여러 상황을 봐야 하지만 망원경으로 멀리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강경파와는 다른 김 대표의 좌표 설정은 추석 연휴 기간 장외 투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다는 점을 확인한 것일 수도 있고, 박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전면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해 23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향후 투쟁노선을 놓고 격론이 오갈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비정상의 정상화가 원칙’=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야당의 장외투쟁을 ‘비정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야당의 행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정상화’해야 할 대상이라는 뜻이다. 정기국회가 공전될 경우 당장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각종 법안의 처리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원칙’을 접을 순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래서 당분간 야당과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기보다는 정치 현안과 거리를 두고 민생에 전념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연휴 중에도 미래창조과학부가 다음 주 오픈을 앞두고 있는 포털시스템 ‘창조경제타운’(creativekorea.or.kr)에 관한 계획을 챙겼다고 한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창업과 관련된 모든 지원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제시되면 원스톱으로 창업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부각함으로써 야당의 국회 등원을 압박할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빨리 정기국회를 정상화해 민생 현안을 처리하고 국정감사도 하고 내년도 예산도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제 (민주당도) 정치투쟁을 접고 국회로 돌아와 정책경쟁에 전념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원내외 병행투쟁론에 대해선 “추석 민심을 많이 살펴서 원내외 병행투쟁을 해야 한다고 느낀 것 같다.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분들이기에 병행투쟁으로 하자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도 23일 의총을 열어 정기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글=신용호·채병건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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