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술에 취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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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늘이 장대보다 높아지면
가슴에 출렁이는 파동
깊숙이 안으로
호수가 파이고
나무잎 하나
뚝 떨어져
가을 술에 취한 듯
흔들리는 육신을
이 밤엔
꽃가지에 기대여
자지러지는 자지러지는
벌레 소리에 얼굴을 묻는다.
청정의 기구 소리만
가슴을 감돌아
낙수 짓는
가을의 울음….
부러진 날개
갈대밭에 뉘이며
서녘 하늘에 들어
긴 밤을 별빛으로 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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