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총장, 감찰 지시 소동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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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이 16일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검사에 대해 감찰 지시를 했다가 번복한 이유는 뭘까. 검찰 내부에서는 채 총장이 자신을 제치고 청와대·법무부와 직접 정보를 공유하는 검찰 내 ‘비선(秘線) 라인’의 존재를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 총장은 지난 4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때부터 일부 검사들이 법무부와 청와대에 내부 정보를 빼돌리고 있다고 의심했다고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구속 여부를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은 것도 수사팀 정보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이중 보고’됐기 때문으로 봤다는 것이다.

 채 총장은 앞서 지난 5일에도 김 부장검사에 대한 사전조사 지시를 대검 감찰본부에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 혼외아들설 검증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채 총장의 ‘혼외아들’ 사찰 파일을 김 부장과 공유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직후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채 총장은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김 부장이 정식 보고체계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 쪽에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렸을 가능성을 의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시작된 ‘내란음모 사건’의 수사지휘를 서울중앙지검 대신 수원지검에 맡긴 것도 채 총장의 공안 수사 지휘 방향을 믿지 못한 법무부 수뇌부의 결정이라고 한다.

 외부의 시각과 달리 채 총장이 취임 이후 조직 장악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검란(檢亂)’을 촉발시켰던 특수-공안 간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고 당시 대검 차장이었던 채 총장도 ‘검란’의 책임자라는 시각도 여전했다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로 총장의 직할부대가 사라진 점과 일선 검찰청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채 총장의 방침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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