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美 김석한 변호사 기고] 북한 편드는 인상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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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계가 걱정스럽다. 미국에서는 한.미 동맹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이익에 어긋나므로 반드시 해소해야 할 문제다.

한국에서는 한.미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이 더 많은 발언권을 행사하고, 북핵 등 주요 문제에 대해 미국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20여년간 한.미 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 지나치게 순종적이었다. 한국 공직자가 미국 관리와 만나기 위해서는 종종 애원해야 할 만큼 처절했다. 고위급 미국 관리가 방한할 경우 한국은 외교적 관례에서 어긋날 만큼 극진히 대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은 양국 관계에 대한 미국의 언급과 행태가 무엇보다 시급한 국가적 사안인 양 깜짝 놀라며 과잉 반응해 왔다. 미국에서는 종종 보도할 가치조차 없는 사안으로 생각하는데도 말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지난 50년간 겁 많고 고분고분한 미국의 꼬맹이 동맹국이었다.

한국의 미국 추종은 기대와는 달리 한국의 이익과 부합되지 않았다. 한국의 순종적 태도에 익숙해진 미국은 이를 당연시하고 한국을 가볍게 대해 왔다.

당연히 한국의 불만은 높아갔으며, 때때로 중요한 양국 문제에서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이렇게 된 데는 한국의 잘못이 컸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양국 관계를 규정한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 성숙한 한.미 관계 정립을 위한 바람직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한국의 변화된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이 북핵 위기 이후 북한의 편을 들고 있고, 안보 위기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처럼 북한과 경제협력을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반미감정이 이 같은 시각을 강화하고 있다.

동맹국 간에도 이견이 존재할 수 있으며, 한국이 중대한 문제에서 미국과 다른 입장을 갖는 것은 적절하며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중대한 시기에 한.미 동맹의 기본을 흔들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9.11 테러 이후 테러와 대량살상무기는 미국이 직면한 위기가 됐다. 부시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했다. 미국은 안보와 관련해 엉거주춤한 동맹을 원하지 않는다. 북핵 프로그램을 자국과 전 세계가 당면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위협이라고 여기는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미 동맹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북한 편을 들고 있고, 북한과 경제협력을 지속한다는 미국의 인식은 한국의 이익에 어긋나기 때문에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그대로 둔다면 세계 최강국이자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게 뻔하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던 미국과 독일의 관계도 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이견으로 크게 악화됐다. 미국에서 독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논의가 있을 정도다.

미국의 시각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더욱 유착될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와 북핵 위기에 대한 긴밀한 협조로 미국에서는 일본에 우호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한.미 동맹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미.일 관계가 강화되는 것은 한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부시 행정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부시 행정부는 때때로 다른 나라를 다룰 때 무지막지하고 일방적이다. 한.미 양국 관계의 균열도 부시 행정부가 상대방에 대해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심화되고 악화됐을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국제 문제에 대한 일방주의적 접근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북핵 위기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반세기 이상 한국을 지켜왔던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허물게 해서는 안된다.
미 워싱턴 애킨검프 법률회사 수석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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