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프로] 창공에 묻은 독립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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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하늘을 처음 날았던 비행사 안창남(1901~30). 그가 일본 도쿄 오쿠리 비행학교에 입학한 것이 1920년이다. 바로 그해, 이역만리 타국인 미국 캘리포니아 윌로스 지역에 한인 전투비행학교가 세워졌다. 좌절을 거듭하던 상해임시정부의 비행연대 창설 노력이 마침내 열매를 맺은 것이다.

KBS-1TV '수요기획-도쿄를 폭격하라! 1920년 한인 전투조종사들(KBS1 밤 12시.사진)은 당시 미국에서 한인 전투비행학교를 세우고 운영한 독립운동가 노백린 장군과 이에 지원을 아끼지 않던 재미 부농(富農)김종림씨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김종림씨의 경우 천안 독립기념관에 사진만 있을 뿐 활동에 대해서는 '미상'으로 적혀있다는 것이 자료조사를 한 제작사 채널세븐의 전미진 PD 얘기다.

한인 비행학교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199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망한 한장호씨가 한인 비행학교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사실이 지역 신문에 보도되면서부터다.

제작진은 이 기사를 근거로 캘리포니아 윌로스 비행학교 현장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80년 넘게 방치된 이곳에서 비행학교는 폐허이긴 하지만 여전히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훈련에 여념이 없던 비행학교 학생들이 착용했던 복장과 당시 사용된 비행기도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미주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던 노백린 장군과 캘리포니아에서 거대한 쌀농장을 경영하던 김종림씨의 삶도 자세히 소개된다.

전PD는 "김씨의 아들이 라스베이거스에 살고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끝내 인터뷰를 거절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추진됐던 비행학교는 몇 개월 가지 못해 문을 닫았다. 그러나 폐교 후에도 비행학교 청년들의 활약은 계속됐다. 중국군 항공대원으로, 임시정부 육군비행병 소위로, 미국 CIA의 전신인 OSS의 요원 등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하늘에 묻은 대한의 아들들이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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