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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석 C& 회장 수감 중 범죄 지시 혐의 … 시간제한 없이 변호인 648차례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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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임병석(52·사진) C&그룹 회장은 2011년 8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회사 돈을 횡령하고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였다. 그의 범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동안 임 회장은 상당한 기간을 접견실에서 보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거의 매일 측근들을 불러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 또 다른 범죄도 모의했다. 한강랜드 경영권이 이랜드에 넘어가게 되자 측근들에게 한강랜드 선착장에 대한 소유권을 C&그룹 계열사인 S조선으로 이전할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임 회장이 활용한 건 변호인 접견 제도(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84조)였다.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인 경우 수감자는 일반 면회와 달리 변호사 접견을 시간제한 없이 할 수 있다. 교도관의 감시 없이 사무실 형태의 접견실에 머물 수 있다. 대화내용을 교도관이 청취나 녹취할 수도 없다. 변호사에게 시간당 20만~30만원 정도를 주면 된다. 법조계에선 이렇게 변호인 접견을 통해 수감 중인 의뢰인의 각종 지시를 전달하고 편의를 봐주는 변호사를 ‘집사 변호사’라 부른다.

 임 회장은 구치소 수감 기간(2011년 8월~올해 1월) 동안 하루 최대 5번, 총 648차례 변호인 접견을 했다. 이와 별도로 일반접견도 400여 차례 진행됐다.

 서울 남부지검은 구치소 수감 중 측근들을 불러놓고 ‘범죄 지시’를 한 혐의로 임 회장을 추가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임 회장은 이랜드그룹이 최대 주주였던 한강랜드의 선착장 소유권 이전을 지시해 한강랜드와 이랜드그룹에 147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임 회장이 구치소 접견실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선착장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등의 구체적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 회장은 민감한 내용일 경우 별도의 메모나 서신을 활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은 C&그룹의 계열사였던 우방랜드를 2010년 3월 인수했다. 우방랜드는 한강랜드(현 이랜드크루즈) 지분 50.7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사실상 한강랜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였다. 그러나 임 회장이 선착장 소유권을 자사 계열사로 이전시켜 사실상 경영권을 무력화시키려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임 회장이 변호인 접견 제도를 활용해 구치소 수감 중에 이 같은 범죄를 지시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임 회장 측 변호인은 “변호인 접견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고, 회장이란 지위상 업무가 많아 접견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기소 건에 대해선 “한강랜드 소유권 이전 후 이랜드에 채권최고액 132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가라고 했는데 거부했다”며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으면 담보권 침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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