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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노조 "경쟁국보다 높은 임금 요구 안 해, 특히 독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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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06년 스웨덴 보수당이 집권한 뒤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는 실업급여 수당을 실업 전 소득의 80%에서 65% 내외로 줄이고, 지급요건을 까다롭게 했다. 보수당이 집권하자마자 취한 첫 번째 개혁조치였다. 전통적인 사회민주당 파트너로 복지 확대를 고집했던 LO(생산직 노총)는 거리로 뛰쳐나갔다. 며칠간 반대시위를 했지만 라인펠트 총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8년이 흘렀다. 노동계의 태도가 바뀌었다. LO의 라세톤 국장은 “연금을 받을 때보다 일하는 것이 소득에 도움이 되자 조기 은퇴한 장년층까지 일터로 돌아왔다.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스웨덴 정부는 복지제도에 메스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 노조들은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않는다. 정부의 조치가 나올 때마다 노동시장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다. 2006년 74.6%이던 고용률은 2년 뒤인 2008년 75.8%로 상승했다. 이 기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3793달러에서 5만2969달러로 치솟았다. 반면 노조조직률은 75.1%에서 68.3%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조직률을 끌어올리기보다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기 위해 양보부터 한다. 노사 간 가장 민감한 협상 대상인 임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노조는 임금협상을 할 때 경쟁상대국보다 높은 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라세톤 국장은 “우리의 주력 상품인 자동차와 엔지니어링 부문에선 독일이 가장 큰 경쟁상대”라며 “경쟁국의 임금현황과 볼보와 같은 기업의 생산성을 따져 인상안을 만드는 것은 스웨덴의 전통이 됐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경총(NHO)의 헨릭 문테 법률고문(변호사)은 “특정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고 해서 과도하게 임금을 인상하면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경쟁국에 밀릴 수 있다. 경쟁국을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임금협상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북유럽 국가들이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병가자의 일터 복귀 문제다.

 노르웨이에선 병가를 내도 월급이 100% 나온다. 이러다 보니 꾀병 환자가 많다. 노르웨이의 병가율은 전체 노동시장에서 5~6%에 달하고, 근로자 1인당 연평균 병가 일수는 25일이다. 한 달 정도는 병을 이유로 쉬는 것이다. 오슬로 교민 심진하(26)씨는 “진단서가 없어도 아프다고만 하면 3일을 쉴 수 있다. 이를 악용해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노사가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려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장애연금제도와 조기퇴직연금(AFP)을 손질하기 위해서다. 노르웨이 사회문제연구소(NOVA) 코레하겐 총괄본부장은 “병가자를 노동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해선 연금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O의 리브 샌드네스 연구위원은 “게으른 실업자를 노동시장에 참여시키는 게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2008년 7월 ‘재활의 사슬(rehabiliteringsskedjan)’ 정책을 도입했다. 병가자의 노동능력을 점검하는 정책이다. 진짜 일을 못할 정도인지 정밀하게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 정책이 시행된 뒤 연금에 기대 생활하는 병가자는 54%로 뚝 떨어졌다. 스웨덴 혁신청 관계자는 “일반 실업자를 관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하지만 정착되면 달라진다는 생각에 장기 과제로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톡홀름·오슬로=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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