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의 새 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외환부문의 통화환수 작용 때문에 금융자금 대출이 상환자금에 충당됨으로써 긴축이 어느 정도 완화되더라도 자금난은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내려지고 있다. 관계당국 집계에 의하면 지난 69년 중 4백 12억 5천만원(외환매입 초과 4백 16억 5천만원에서 외국기관 예금 4억원을 차감)의 통화증발을 일으켰던 해외부문이 금년 들어 8월말 현재 오히려 4억 원의 환수를 기록 하고있다.
69년 중의 통화증발 「패턴」을 보면 연중 증가액 6백 81억원 중 해외부문에 의한 통화증발은 무려 4백 12억 5천만원으로 천체 통화량 증가의 3분의 2를 차지했었다.
지난해는 내자 조달용 현금차관이 전례 없이 많이 도입된 것이 주인이긴 하나 이러한 외환부문의 통화증발은 64년 이후 본격화한 수출 및 외자도입의 적극화에 따라 계속된 현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금년 들어 8월말 현재 외환부문이 통화 환수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지금까지 증발일로를 걸어오던 양상에 비추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재정 안정계획 운용 면에서 본다면 부문별 통화공급과 안정을 가장 크게 위협해오던 외환부문의 통화증발이 거의 없어짐으로써 이제부턴 금융 주도형으로 안정계획을 집행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환부문의 통화증발이 없어진 가장 큰 원인이 외채상환에 따른 원화 환수라는 점에서 볼 때 새로운 자금난의 소지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겨주고 있다.
즉, 9월말 현재 외환보유고가 5억 9천 5백 50만 불로 지난 69년 말에 비해 4천 4백만 불이 증가했으나 한은의 「오버· 보트· 포지션」(외환매입 초과)은, 거의 늘어나지 못하고 외국 거래은행으로부터의 차입 등에 의한 외환은행의 「홀딩」증가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수출은 40%의 증가율을 보이고 수입은 3·5%의 증가에 불과하여 외환부문의 통화증발 폭은 더 넓어졌으나 외채상환에 따른 원화 환수가 이를 상쇄하고있는 것이다.
물론 작년에 1억 2천만 불 이상 인가되었던 현금차관이 금년 들어 한 건도 인가되지 않는 것 역시 외환부문의 통화증발 억제에 큰 원인이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2억불 이상의 외채 상환부담이 가장 주된 요인인 것이다.
관계당국 추정에 의하면 금년도 외채상환 부담은 차관상환이 1억 8천 9백만불이고 단기부채 상환을 포함하면 2억 불을 상회하고 있다.
이 2억불 이상의 외채를 상환하려면 원화 「사이드」에서 6백억원 이상이 환수돼야하고 외환「사이드」에서는 그만큼 외환지출 요인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외채상환 부담의 격증 때문에 이미 금융 자금 대출이 잠식당하고 상환기일 전 대출로 대불을 미연에 방지한 것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관업체의 자체 상환능력이 충분히 갖추어 졌다면 금융자금이 상환자금으로 충당 될 리 없으나 상환능력의 미비 및 긴축에 따른 자금 사정악화와 불경기로 인한 판매 부진 등으로 외채 상환자금의 금융대출 의존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즉 저리의 차관을 도입해서 건설·가동한 업체들이 이젠 상환과 관련하여 고리의 국내금융에 보다 크게 의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 들어 긴축이 완화되었으나 자금난은 계속되는 것이며 외채 상환자금의 금융자금 의존이 현행 대출금리수준의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는 배경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결국 외환부문이 국내 통화에 미치는 영향은 증발이라는 측면에서는 후퇴하곤 있으나 외채상환에 따른 환수작용이 차관기업에 의한 거액의 자금수요를 병발시켜 통화량이 계속 늘어 난다해도 기업자금난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남겨주고 있다 . <이종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