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회적 참변의 접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학여행귀로의 버스와 열차가 충돌, 45명의 어린 생명을 숨지게 하고 30여명의 중상자를 내게 했던 모산건널목 참사 때문에 받은 국민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7일, 또 다시 2건의 수학여행참사가 보도되어 전국민을 분격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다.
중앙선 삼광 터널 안에서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정면 충돌함으로써 경주에 수학여행 가던 서울 인창고교 2학년학생 10명과 인솔교사 2명, 그리고 민간인 2명 등 모두 14명의 사망자와 57명의 부상자를 낸 참사가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에 수학여행 차 왔던 충남연기군의 두 국민학교 어린이·교사 등 93명이 무허가 대폿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먹고 집단식중독을 일으켜 입원소동을 벌인 사고가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과는 성질을 약간 달리하기는 하나, 작전지역인줄을 모르고 경기도 송탄 계곡에서 캠핑을 하던 서울의 모고교 재수생 4명이 작전부대에 의한 일제 사격을 받고 그중 3명이 즉사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불상사를 빚어, 전국민을 거듭거듭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끔찍스런 대참사의 연발을 보고 국민이 느끼는 소감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느낌일 것이요,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 중요한 나사가 빠져 지금 우리 국가사회 전체의 기강이 말이 아닐 정도로 무너져가고 있다는 한탄이 저절로 솟아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번의 모산 건널목 참사를 비롯하여 이번에 연거푸 일어난 삼광 터널 열차충돌사고, 또는 집단 식중독사고와 캠핑 학생 사살사건 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누구나 지적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한바가 있다. 건널목에서의 일단정지 규칙을 무시하고 버스를 마구 몰았던 운전사의 과실.
[마의 건널목]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사고다발지점에 차단기조차 설치하지 않았던 철도청당국의 안전관리 감각상실증. 어린 학생들의 들뜬 여행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어린것들의 안전을 보살폈어야 할 교사들의 직무유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설치해 놓고서도 제대로의 조작을 못했던 열차자동제어장치 (CTC)의 고장과 이로 인한 사고를 임기 응변적으로 체크할 수 없던 철도청당국의 기술부족, 위생 관념이라고는 도대체 바랄 수도 없는 무허가 대폿집에서 싸구려 도시락을 발주하고서도 이를 태연히 나눠먹는 시골학교 교사들의 무지와 그런 음식물을 제조 판매하는 업자의 양심결여. 그리고 아무리 작전 중이었다고는 하나, 국민의 생명의 존귀에 대해서 평소부터 특별한 교육훈련을 받았어야 할 군 지휘관들의 주의부족 등등이 이 모든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 요인들의 제거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동종사고의 연발이 불가피하리라는 점에서 관계 당국으로서는 시급하게 철저한 안전확보대책의 수립과 함께 사고관련자들에 대한 응분의 책임추궁이 있어야할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참변의 접종은 앞서도 지적한바와 같이 이들 직접적인 원인 이외에도, 그러한 원인의 작동을 가능케 한, 보다 근본적인 요인으로서의 들뜬 사회 분위기, 분수를 모르는 사회풍조, 또는 전반적인 인명경시풍조가 그 저류를 이루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수의 인명·재산의 안전관리를 제1차적인 책임으로 알아야 할 교통행정당국자의 무책임한 행정감각, 수학여행을 하나의 놀이행차로 착각하고 있는 교육자들의 이완된 사도정신, 수학여행 행선지의 지정과 교통편 등에 대해서 아무런 사전연구도 없이 즉흥적인 행정지시를 일삼는 문교당국의 무책임한 학사행정, 날로 늘어나고 있는 행락여행자의 격증에도 불구하고 다수국민이 몰리는 유명관광지조달에 조차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만큼의 충분한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소홀히 한 건설행정당국자의 무감각 등도 함께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난이 접종하는 사회적 참사에 대하여, 위로는 대각에 있는 위정당국자로부터 아래로는 사회각계의 모든 지도층 인사들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이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