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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호 출범준비|공화당의 풍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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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당 안에 이견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 그래서인지 공화당에도 선거전략·대야전략·당 운영대책에 이견이 있고 그 줄기를 따라 내부판세가 유동해 왔다. 단지 그것이 야당처럼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판세의 파급은 의원겸직 문제처리에서 일어, 그 뒤에 당내에 강·온 두 파가 있다는 말을 당직자의 입에서까지 들을 수 있었다. 강경론이 우세했던 어느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전모의원은 『스트롱·빅토리』라고 한 적도 있다.
그로부터 선거법협상을 싸고 중진회담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진해-창원 보궐선거 실시 여부, 선거대책 등에서 당론이 분분했고 그때마다 오치성 사무총장과 김진만 원내총무가 강·온양파 논쟁의 선두에 섰었다.
오치성씨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윤치영 당의장서리·장경순 국회부의장이었고, 김진만씨와 의견이 비슷한 사람은 보통 백남억 정책위의장·김성곤 재정위원장·길재호 무임소장관.
한편에서 조기선거 무드의 억제론을 들고 나오면 다른 한편에서는 선거 무드가 사실상 조성된 것으로 보고 선거태세를 단계적으로 갖출 것을 주장했다.
그래서 선거의 기본전략도 당 사무총장실과 무임소장관실에서 별도로 만들어졌고, 또 별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양쪽의 기상이 그렇게 맑은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이 같은 거리는 구주류가 국민투표 전에 뒷전으로 물러선 뒤, 신주류의 울타리 속에서의 거리다.
길재호씨와 오치성씨의 이번 교체인사는 원내문제나 선거태세에 있어 공화당이 다수세의 단합된 힘으로 일을 추진해 나갈 소지를 마련했다.
비록 당무위원직 두 자리(사무총장은 당무회의서열 3번·무임소장관은 7번)의 변동이었기는 하지만 사무총장직은 계서 이상의 막강한 요직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중요한 체제 개편이다. 아마 이 체제는 내년 2월로 예정된 대통령후보지명대회와, 어쩌면 그 이후까지 변동 없이 선거를 맡아 치르게 될 것이 틀림없다.
신임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선거담당체제는 지금까지의 선거전략기조를 다소 수정하지 않을까 보인다.
공화당은 국민투표가 끝난 지난해 11월 당 기구를 개편, 대회기구인 중앙상임위원회를 폐지하고 1천여명의 중앙상임위원 및 중앙위원의 자리를 없애고 전국 11개 시·도 당의 문을 닫았다.
중앙상임위의 폐쇄는 중견당원들의 참여 의식과 선거 때의 동원체제를 크게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반발을 샀다.
따라서 내년선거에 대비한 상임위의 부활, 시·도 당의 강화문제는 불가피하게 거론되지 않을 수 없는 과제이다.
공화당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지구당별로는 상임위원을 자문위원이란 자리에 다시 앉히고 있으며, 11월중으로는 중앙당, 시·도 몇 각 지구당의 자문위원회 구성을 끝낼 계획이다.
자문위의 구성과 함께 전국지구당조직도 다시 점검, 선거체제의 정비를 서두를 작정이다.
선거체제의 정비는 약체지구당의 개편, 공천의 기초작업까지 포함될 것이 거의 확실하며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과 함께 공화당의 선거준비 작업은 일단락 될 것 같다.
공화당의 내년 총선 전략과 관련하여 전 공화당의장 김종필씨가 어떤 위치에서 박정희 공화당총재의 3선을 돕겠느냐는 것이 당 내외의 관심이 돼 있다.
김씨는 초야에 있지만 지난해 3선 개헌국민투표 때도 전국유세를 한 것으로 미루어 이번에도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가진 특유한 지지기반과 대야반격유세의 핀치·히터로 그가 적격이기 때문에 선거참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는 당을 떠나서도 근래에 박정희 대통령과의 접촉이 간간이 있었다. 교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청와대에 들어가기도 했다. 혹은 단둘이 만나는가 하면, 때로는 김성곤씨·길재호씨·김계원씨 같은 사람과도 함께 만났다.
그늘의 부심 속에서 김종필씨가 과연 어떤 위치에서 대다수(핀치·히터)를 맡을 것인가.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선거대책기구의 책임을 맡으리라는 얘기가 있다. 대책위원장이나 선거사무장이라는 말을 피해 막연히 대책기구의 책임을 맡게 되리라는 얘기는 그런 자리라도 당직과의 견련관계가 몹시 델리키트하기 때문이다. 즉 당직을 함께 갖느냐, 혹은 당 지도권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서게될 것이냐는 게 주목거리다.
한편에서는 『당직을 갖지 않는다면 선거대책기구와도 관계없이 차라리 백의종군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점치는 이도 있다.
필경 그의 처우와도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부총재제 신설론도 조심스럽게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현 당헌상 당총재 밑엔 바로 당의장(서리=윤치영씨)이 있게됐는데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헌을 고쳐 부총재제를 둔다는 것. 이 경우에도 단일부총재제로 하느냐 2, 3명의 복수부총재제로 하느냐가 부총재제 신설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주목을 끈다.
물론 이런 설주설래는 모든 결정권을 가진 박정희 총재의 헌중과는 전혀 상관없이 떠도는 것이 틀림없다.
김종필씨는 주초에 서산쪽으로 떠났다. 내주 말께 귀경 하리라 한다.
그러고는 또 그의 거동이 눈길을 모을 것이다. 선거에는 어떻게 참여하고 국회의원으로는 출마할 것인지, 출마한다면 지역구로 나설지 전국구로 나설지,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어떤 정치좌표에 설지…그 헤아림의 줄기가 길게 뻗치고 있다. <심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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