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 초청 제품 토크쇼, 한국식 '쇼퍼테인먼트' 인기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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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샵이 태국에 설립한 홈쇼핑 기업 ‘트루GS’를 통해 이달 초 한국산 프라이팬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방송은 스튜디오에 방청객들을 초청한 뒤 직접 달걀을 요리해 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돼 호평을 받았다. [사진 GS샵]

지난 4일 미국 뉴욕 하이라인 호텔에서 이색 패션쇼가 열렸다. 손정완·김석원 등 한국의 유망 디자이너 6명이 만든 ‘2013 가을·겨울 패션’이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들을 보려고 미국 패션계 거물들이 대거 행사장에 모였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패션 총괄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 잡지 ‘페이퍼’의 편집장 미키 보드먼, 모델 출신 배우인 타이슨 벡포트 등 유명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패션 전문 블로거로 유명한 브라이언 보이는 “K-패션 대표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뉴욕 유명 패션 매장에서 당장 판매해도 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호평했다.

 이날 패션쇼는 국내 홈쇼핑업체인 GS샵이 미국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 GS샵 김호성 전무는 “가격을 앞세워 유행을 쫓아갔던 홈쇼핑 패션이 이제는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고 말했다. GS샵은 이 패션쇼를 7~8월에는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 이태리 밀라노, 영국 런던에서도 개최했다.

 ‘홈쇼핑 한류(韓流)’가 뜨겁다. CJ오쇼핑도 이달 초 열린 뉴욕 콜렉션에 국내 디자이너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후원했다. 뉴욕 콜렉션은 알렉산더 왕, 도나 카란, 마크 제이콥스, 랄프 로렌 등 거물 디자이너들이 진검 승부를 벌이는 곳이다. CJ오쇼핑은 이런 무대에 한국 디자이너들이 설 수 있도록 지원군 역할을 맡은 것이다.

 패션쇼가 한류를 우회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한국식 홈쇼핑 방송은 그 자체로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가격과 성능을 화면을 가득 메운 활자와 함께 반복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유명 연예인을 스튜디오로 초청해 제품 소개를 하는 방식이나, 홈쇼핑 스튜디오에 방청객을 초청해 토크쇼처럼 진행하는 방식도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CJ오쇼핑 이해선 대표는 “뒤뜰 담장 밑에서 이웃 주민과 수다를 떠는 것(Backyard Pence Talk with Neighbours)처럼 만든 한국의 홈쇼핑 프로그램을 세계인들은 한 편의 오락 프로그램을 즐기듯 몰입해 본다”고 설명했다.

 인기를 바탕으로 해외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CJ오쇼핑의 경우 2004년 200억원을 밑돌았던 해외 취급고가 지난해에는 1조 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를 기록했다. 국내 취급고의 50%를 넘는 수준이다. CJ오쇼핑은 중국·일본·터키·베트남 등 6개 국 8개 지역에 진출해 있다. 중국에서 흑자를 내는 홈쇼핑사 네 곳 가운데 두 곳이 CJ채널일 정도다.

 GS샵은 2009년 국내 홈쇼핑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에 진출한 데 이어 태국·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인도의 경우 2011년 1300억 원, 2012년 2000억 원으로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사업 개시 1년 만에 손익 분기점을 넘어섰다. GS샵은 올해도 해외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용과 패션잡화를 앞세워, 주방용품 선호도가 높은 중국시장은 밀폐용기등을 앞세운다는 구체적인 전략도 세웠다.

 롯데홈쇼핑은 2004년 대만 내 최대 금융 지주 회사인 ‘푸방(富邦) 그룹’과 손 잡고 대만 전역에 ‘모모홈쇼핑’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모모홈쇼핑은 설립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현재 대만 1위 홈쇼핑업체로 자리잡았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011년 7월에 중국 상해에 처음 진출했다. 현대홈쇼핑은 특이하게, 한국에서 방송된 화면을 중국어 자막과 함께 선보인다. 한국의 화려하고 넓은 무대에서 시원스럽게 워킹하는 모델의 모습과 고가의 영상 장비를 통해 구성한 생동감 있는 화면으로 시청자 시선을 묶어두고 있다. 특히 자막을 비롯한 방송 화면 구성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색상을 접목시켰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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