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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명화우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 발행한 명화우표가 원화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치졸한 그림이 되고 있어서 우표애호가들 사이에 빈축을 사고있다.
체신부는 금년부터 우리 나라 고래의 회화작품 가운데 우수한 작가의 작품을 선정하고 지난 8월말 제1차로 3종을 발행했고 10월 중순과 12월말에 각각 3종씩 발행하는 등 일련의 명화시리즈를 제작키로 했다. 제l차로 발행한 명화우표는 이인문의 『강산무진』 김두양의 『월야산수도』 및 정선의 합죽선 그림 『금강산정양사』 등으로 현재 발매하고 있다. 10윌중순에 발행될 3총의 명화우표 역시 그러한 산수풍경화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체신부가 한국의 회화를 세계에 선양하기 위하여 시도한 이 명화시리즈는 발행되자마자 비난의 소리가 퍼졌고, 우표수집가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명화우표의 외면에 대하여 너무 관심과 호기심이 컸던데 비하여 기대가 어그러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체성회 측의 해석이다.
일선 우체국의 한 발매실무담당자는 수집가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3장1조의 소형 쉬트가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며 백화점의 우표상들은 『졸작 중의 졸작이라서 거래가치가 희소하다』고 잘라 말한다.
이번 제1차로 내놓은 명화우표가 졸작으로 지적되는 점은 ①화제를 읽고 보아도 무슨 그림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너무 큰 폭을 축소했기 때문에 원화가 지니는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다. ②우리 나라 대표적인 역대화가 혹은 작품을 선정한 것도 아니다. ③사진복사 혹은 인쇄과정의 처리가 소홀해 유치한 『얼루기채색』이 됐다는 것이다.
체신부는 이들 명화의 선정이 별 도자문기관인 우표번의위원회에 의해 개확과 도안을 검토 받아 처음 시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원화와 우표사이의 규격과 선명도 등 충분히 고려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우표를 계획·제작할 당시 번의위에는 우리 나라 고화관계 전문가가 한사람도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히려 『행정관리들의 의견이 지배적으로 작용된 결과』라고 한 심의위원은 주장하고있다. 우표심의위원의에는 체신부차관 및 국장급이 위원으로 직접 참여한다. 그래서 이들 명화의 선정에는 정부관계자의 혈연관계가 우선 고려된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8월말에 발행한 『강산무진도』는 이조후기에 산수를 잘 그린 화가인 이인문의 대표작으로 길이 85·7㎝에 폭 44·6㎝의 부분화.
『월야산수도』는 이조 중엽의 화가인 남리 김두양의 작품으로 원화는 세로 81·8㎝ 가로 49㎝. 『금강산정양사』의 선면 그림은 역시 18세기초의 화가인 겸제 정선이 남긴 여러 폭의 금강산 그림의 하나이다. 원화의 크기는 세로 22㎝, 가로 67㎝.
이들 그림은 대체로 20분의1로 축소돼 28㎜×48㎜. 기념우표의 사이즈이다.
그러나 문제는 명화를 선정하는 위원회 및 관리들의 고화에 대한 안목에 있는 것 같다. 이인문 김두양은 첫손 꼽히는 화가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뿐더러 겸제의 경우에도 하필 그 그림을 선정했느냐 하는데는 여러 가지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에 있어서 명화를 우표로 다룰 때는 국가를 대표할만한 작가임은 몰론 작품이 훨씬 심플한 것이어서 작가적 개성이 뚜렷이 부각된다. 프랑스가 발행한 마티스 루오 세잔 등의 명화우표는 바로 그것을 입증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미술사상 한국적인 화가로 지목되는 이가 18, 19세기에 여럿 있다. 뿐더러 우리 나라의 옛모습을 설명적으로 표현한 풍속화는 동서사랍들을 막론하고 아낌을 받으며 우표로서의 효과면에서도 선명하다. 그밖에도 현대적 감각이 풍기는 동물도 등이 지목되고있다.
물론 작품 선정에서만이 아니고 제작과정에도 명화졸작의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우표발행담당자들의 외국의 명화우표가 어떠한 것인지도 모르는 실정.
체신부가 원화의 사진촬영을 위촉한 사진사는 무명의 작가. 필름에 대해 엄밀한 검사를 베풀지 않았기 때문에 그라비아 4색의 인쇄가 『형편없이 얼룩져 버린 것』이라고 원색인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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