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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종북세력 정리 못하면 자진 해산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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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동 기자

민주당 추미애(서울 광진을·4선·사진) 의원은 “통합진보당은 (종북세력을) 자체 정리하지 못하면 스스로 해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 의원은 6일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폭력적으로 (혁명을) 하려다가 들통난 건 정당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민주당도 ‘낡은 진보세력과 연대한 게 불찰이었다면 앞으론 당당히 걸어가겠다’는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추 의원은 서울시장이나 당권·대권 도전의사에 대해선 “대안이 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나를 가꾸며 준비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석기 의원 구속사태를 어떻게 보나.
 “지금 국민 10명 가운데 3명에게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하다. 이런 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정치권인데 이 의원 사태는 그런 역할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진보진영은 이번 사건을 반성하고 ‘헤쳐 모여’로 자신을 재창조해야 한다고 본다.”

 -진보진영의 재창조는 어떤 식이 돼야 하나.
 “새누리당에선 통진당 해산을 주장한다. 그러나 (통진당은) 외부 개입 이전에 자진해 스스로를 정리하는 ‘클리어런스(재고 정리)’를 해야 한다. 즉 (종북세력을) 버리는 것이다. 만약 통진당의 주도세력이 경기동부연합이라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해산을 결단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의 통진당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거부하는 세력임이 분명하다.”

 -민주당은 통진당의 해산엔 신중한 입장이고 통진당이 자진해 종북세결을 정리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정당은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면 없어진다. 지금같이 폭력적으로 어떻게 (혁명을) 한다느니 하다가 들통난 건 정당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원래 통진당의 정강은 그렇지 않았을 것 아닌가. 거기로 돌아가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생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그런 노력이 없다면 결국 스스로 없어질 것이다.”

 -민주당이 그런 통진당과 연대한 건 어떻게 보나.
 “우리 헌정사에서 처음 정권 교체를 해낸 정당이 민주당이다. 당의 힘이 부치더라도 민주주의에 굳건히 뿌리박고 있다면 국민은 시대의 과제를 맡길 것이다. 그때가 올 때까지 일관성 있고 정정당당하게 나가면 됐는데, 힘이 약하다고 2010년 지방선거부터 (통진당 세력과) 연대했고 지난해 총선에서도 (여당과) 1대1 구도를 만들자며 기술적·정략적으로 국민에게 접근했다. 우리만 뭉치나? 연대하면 보수 쪽도 엄청나게 뭉친다. 그러면 극과 극이 부딪치게 되고 민주당이 불리해진다. 선거는 머니게임이고 조직싸움 아닌가.”

 -연대로 인해 불이익도 당했나.
 “내가 서울 광진을 지역구 위원장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 그곳 공천권을 빼앗아 갔다. 당이 야권 연대를 하면서 5개 지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시민연대에 한 곳, 국민참여당에 한 곳을 주고 내 지역구는 내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국민참여당에 줬다. 나중엔 기초 광역의원까지 내놓으라 하니 남의 일로만 여기던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연대 합의를 번복해 결국 광역단체장만 연대가 됐다.”

 -야권 연대를 계기로 통진당 세력이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에 진출한 사례가 많다는데.
 “지자체에서 급식이나 복지지원센터가 생긴다는 얘기를 어떻게 알았는지 통진당이 금방 후보자를 내더라. 우리 지역구에도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신설된 공공기관이 있어 마땅한 후보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쪽에선 벌써 그런 경력을 가진 후보를 내서 자리를 차지하더라.”

 -통진당이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게 됐을까.
 “(추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 통진당 사람들은 생활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자신들끼리 만들거나 조직적으로 접근해 대표를 차지한 뒤 기관장 자리에 진출한다. 당원이 아니라 생협·기업 대표 자격으로 후보를 내 반발을 막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자체장인 성남·경기지역의 공공기관은 통진당 세력이 이런 방식으로 대표를 차지한 게 대단히 많다. 민주당 지자체장은 이들에게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민주당 지자체장들이 왜 통진당 사람들에게 발목이 잡혔나.
 “(추 의원실 관계자) 야권 연대를 명분으로 자리나 예산을 달라고 압박한다. 거부하면 생떼질을 하며 괴롭힌다. 조직력이 강하니 지자체장들은 손을 들고 마는 경우가 많다. 경기지역의 한 지자체장은 올 들어 이들의 지원 요구를 거부해 오다 조직적인 반발에 부딪쳐 힘든 처지에 몰렸다고 들었다.”

 -그런 결과가 지금의 문제를 낳았다고 생각하나.
 “당내의 선거지략가란 분들이 1대1 구도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 풍조가 심해졌다. 여기엔 여당 책임도 있다. 대통령 말이라면 무조건 밀어붙이니 야당은 자연스레 연대로 대응한 거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문제의식을 느꼈나.
 “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독소조항만 제거하는 ‘부분 재협상’을 주장했다가 당 안팎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트위터에 뭐라고 한마디 하면 터무니없는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FTA 반대에 서명하지 않는 사람은 금방 인터넷에 명단이 올려졌다. 이렇게 ‘무조건 반FTA’ 식으로 가다 보니 민주당의 핵심이 없어진 것이다.”

 -통진당 내부가 정리되면 민주당은 또 연대할 것인가.
 “극단의 자세를 버리지 않으면 연대는 어렵다. 스웨덴의 사민주의가 잘 돌아가는 건 타협 정치가 숙성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처럼 폭력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다.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가치의 공유를 인정해야 하는데, 이 의원은 ‘결정적인 한 방’으로 때가 왔을 때 해결하려 드니 안 되는 거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홀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인가.
 “당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요즘 50~60대 지역 당원들을 만나면 ‘종북세력과 끊으라’고 한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분명히 연대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인식을 받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민주당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행동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색깔을 입히려 공격하는 데 대응 수준을 벗어나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모를 것이다.”

 -반성문 내용은 어때야 하나.
 “원래 민주당의 가치로 돌아가자는 거다. 대한민국은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함께 공을 세운 결과라고 인정했던 민주당이 필요하다는 거다. 낡은 진보세력과 선거연대를 한게 불찰이었다면 앞으론 비록 힘이 부치더라도 당당히 걸어가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는거다.”

 -통진당은 ?날조된 내란음모 혐의?를 뒤집어쓴 점에서 이 의원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같은 처지라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비교해선 안 된다. DJ는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사람이다. 간디와 비슷하다. 비폭력 저항운동을 한 사람이다. 이 의원 사태와는 다르다. 이 의원은 물리력을 동원한, 폭력적인 음모를 한 것이다.”

 -국민에게 민주당은 여전히 친노, 비노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으로 비치는데.
 “민주당의 목소리가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서로 (당내에서) 자꾸 틀어지기 때문이다. 계파 싸움이 없다고만 말하는 대신 우리끼리 소통이라고 할까, 새출발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구 지도부가)분열로 인해 당에 상처를 준 데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 지난해 대선 때 그럴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 우리가 내부 통합을 해야 남북 통일의 주도권도 우리에게 넘어온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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