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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 축구대표팀 주장>정병탁 선수 갑작스런 은퇴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청룡축구 대표팀의 주장인 정병탁(28)선수가 8년 가까운 대표선수 생활에서 은퇴, 가정과 직장으로 돌아가겠다고 9일 사퇴 서를 축구협회에 제출했다.
63년 대표선수로 선발돼 드리블링과 골·게터로 빛을 낸 그는 현재까지 약 1백90개의 골을 기록했고 페어·플레이와 볼의 키핑은 그의 또 다른 특기였다.
그는 은퇴의 이유로 ①체력의 한계 ②후배에게 양보 ③가정과 직장의 충실한 사람이 되겠다는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그의 현재 나이는 28세. 축구선수로서는 한창 완숙단계에 들어설 때다. 영국의 유명한「스탠리·마시우스」는 49세까지 왕성하게 볼을 찼고 우리의 김용식씨가 43세, 우상권씨(현재 청룡팀 트레이너)가 36세까지 대표 선수생활을 했다.
물론 선수 개개인에 따라 조로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28세에 체력의 한계란 있을 수 없다.
더 우기 정선수의 사퇴에 이어 GK 손조명(23)선수가 오래 전부터 그만 두겠다는 뜻을 표명했고 이회택 등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대표선수만은 사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봐 이번 정선수의 사퇴에는 선수관리와 훈련에 문젯점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GK 손 선수의 경우에는 메르데카와 벤피카 대전에도 한번도 뛰지 못했다는 선수로서의 체면이 작용했기 때문에 별문제가 아니지만 그 밖의 선수들은 심각하다.
청룡 팀이 메르데카 대회서 단독 우승을 거두고 지난 8월19일 돌아온 뒤 이들은 장덕진 회장의 지시대로 단 5일 뒤인 25일부터 다시 합숙훈련에 들어가야만 했다.
이들은 현재 지루한 훈련과 질식상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의 대우가 과거 양지 팀에 있을 때보다 어떤 경우에도 나쁘며 군인 선수의 입장은 양지에서 3만원정도까지 받던 급료도 못 받고 있다.
그 중에도 이들을 더욱 질식시키고 있는 것은 대표선수가 끝나면 사후보장이 없고 개인은 물론 가정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인간기본 조건의 상실이다.
따라서 이들은『누구를 위해 우리가 이런 생활을 해야 하나』는 공동된 문젯점에 봉착하고 있다. 하기는 국가를 위하고 대 북괴 전을 앞둔 마당에 이 같은 개인의 입장이 문제가 될 수 없다든 가, 선수들의 정신상태가 나쁘다고 할 순 있지만 인간의 기본 조건이란 점에서 좀더 파고든다면 이들의 불평에도 이유는 없지 않다. 문제는 같은 훈련이라도 방법에 따라 그 효능을 살릴 수 있으며 연중무휴만이 최대의 훈련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대표선수후의 사회적 보장과 사생활을 희생해야만 한다는 선수들의 관념을 가시게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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