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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처음 교육보험 만든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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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994년 6월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오른쪽)가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서울 강남 교보타워 설계를 의논하고 있다. 보타는 대산의 의견을 반영해 설계도를 17번 수정했다. [사진 교보생명]

교보생명 창업주 대산 신용호 선생의 추모 10주기 행사가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교보생명은 재계·학계·유관기관 등 각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추모 사진전 및 추모행사를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기업가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추모시 낭송, 추모 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917년 전남 영암 출신인 신 창업주는 어린 시절 폐병으로 인해 시기를 놓쳐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동생의 학교 교과서, 친구의 책을 빌려보며 ‘천일독서(千日讀書)’를 마친 신 창업주는 ‘교육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낀 뒤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중국 다롄에서 성공한 그는 37년 이육사를 만나면서 ‘민족 사업가’가 되기로 다짐한다.

 그가 58년 교보생명의 전신인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를 설립했을 때 ‘생명보험’이 아닌 ‘교육보험’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교육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이끄는 인재를 키우고, 보험을 통해 경제 자립의 바탕이 될 자본을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대한교육보험의 주요 상품인 ‘교육보험’ 역시 교육과 생명보험을 더한 그만의 철학이 담긴 결과물이다. 교육보험은 자녀의 교육자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세계 최초의 보험상품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폐허 속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어느 때보다 강한 시기였다. ‘소를 팔아 자식 대학을 보낸다’는 농부들의 삶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높은 교육열에도 비싼 학비는 부담이었다. 교보생명은 “하루에 담배 한 갑, 쌀 한 줌을 아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며 교육보험을 알렸다. 교육보험은 상품 출시 이후 30년간 300만 명에 이르는 학생에게 학자금을 지급했다. 83년 세계보험협회(IIS)로부터 교육보험으로 세계보험대상을 받기도 했다.

 신 창업주는 생전 자신의 이력서에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운다’라는 문구를 늘 적어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공교육을 받은 적 없는 창업주가 최종학력 대신 이 글귀를 적으며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광화문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교보문고를 세우고 ‘천만 명 독서인구 저변확대 운동’을 펼치는 등 창업주는 ‘교육이 민족의 미래’라는 믿음이 확고했다”며 “대산농촌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등 3개 사회공익재단을 설립해 공익사업을 펼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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