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 시름」에 겹친 「병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첫 「콜레라」가 발생한 창녕군 부곡면 온정리 등 10여개 마을은 낙동강의 지류를 낀 갯마을이다.
전국이 「콜레라」 발생으로 충격을 받고 있는데도 이 고장 사람들은 단순히 『토사병이 돈다』면서 논두렁에서 쑥잎을 따서 짓이겨 즙을 만들어 마시는 등 12일까지는 무서운 줄도 모르고 있었다.
군·도·보사부에서 방역반이 들이닥치자 비로소 변이 생겼다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온정리의 경우는 지난번 장마 때 강물이 범람, 마을 앞 전답이 모두 침수, 80여 가구의 주민이 시름에 잠겨 있다가 다시 병마를 겪게 된 것이다.
도천 신씨들이 많이 사는 이 마을 2백여 주민은 12일까지도 설마 하면서 환자를 격리하기를 오히려 꺼리고 있어 환자와 한방에 있으면서 환자의 배설물을 걸레로 훔치고 걸레를 강물에 빨았고 김우병씨 집은 무당을 불러 굿을 하기도 했다.
논·밭이 기름져 보리농사만 잘되면 3년 먹고산다는 이 마을 사람들은 7월이면 남자들은 강에서 잉어잡이, 여자들은 홀치기로 부업을 하고 있으며 한달 1가구 당 3천원쯤 번다. 죽은 박봉시 할머니도 지난 8일 홀치기 한 것을 수납하고 받은 1백 40원으로 절인 고등어를 사먹고 불행을 당한 것이다.
창녕읍에서 「버스」로 1시간 달리고 다시 2km의 오솔길을 걸어가는 이 마을엔 의사라고는 보기 힘들고 급한 환자가 생기면 2km 떨어진 부곡면사무소까지 가서 영산 지서에 경비전화를 걸어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하여 영산 공의 진료소까지 가려면 최소한 3시간이 걸리는 벽촌이다.
5년 전 군비 30만원을 들여 부곡면에 세운 공의 진료소는 의사가 없어 빈집으로 남아 있으며 가끔 걸인들이 자고가는 정도. 이 마을 김찬수씨 (70) 는 의사를 본 기억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