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사령실 첫 화재경보 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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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23일 화재발생 직후 지하철공사 기계설비사령 근무자 3명이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알고서도 이를 무시한 사실을 밝혀냈다.

종합사령실 산하 기계설비사령 근무자 權모(45)씨 등 3명은 18일 오전 9시53분쯤 모니터에 '화재경보'란 글자와 함께 경보음이 울렸지만 평소 오작동이 잦다는 이유로 경보를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들이 화재발생 사실을 종합사령실 운전사령에게 즉시 통보하지 않아 1080호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하는 등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방화 피의자 김대한(57)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1080호 기관사 최상열(39)씨와 종합사령실 근무자 등 대구지하철공사 직원 10명에 대해 24일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또 기관사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안심차량기지사업소 간부와 사고 발생 직후 대피방송을 하지 않은 중앙로역 역무원 등 직원 9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1차로 20명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은 전동차가 2~3분 만에 화염에 휩싸인 점을 중시, 전동차를 납품했던 한진중공업과 지하철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전동차가 설계.시방서대로 납품됐는지를 확인 중이다.

한편 1080호 전동차에서 유골을 수습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관리단 이원태(李垣兌)단장은 "작업이 절반쯤 진행된 23일 현재 70여명분의 유골을 수습했다"며 "이에 따라 전동차 내 사망자는 당초 예상(79명)보다 훨씬 많은 1백20~1백30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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