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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서 의료비 지원 수술 미룬 게 잘됐죠 … 어떻게 잘 할까 연구 업무 효율 20%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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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파견업체 직원에서 신세계백화점 정규직으로 바뀐 지 4개월, 본점 수산코너 경희숙씨(왼쪽)와 농산코너 이상선 실장의 미소가 환하다. 경씨는 회사가 비용을 지원해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았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동반성장과 상생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계약직·파견사원의 정규직 전환이 전에 없이 활발하다. 대졸 신입 사원 채용 규모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본지 8월 30일자 b4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월급이 당장 많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지 수준은 확 달라진다. 인력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하다가 올 5월 1일자로 신세계백화점 정규직이 된 510명이 경험한 변화다. 신세계 본점 수산코너에서만 17년째 근무 중인 경희숙(54)씨는 1년 동안 미뤘던 하지정맥류 수술을 올여름 받았다. 파견 사원에서 백화점 직원이 되자 여름휴가에 휴일을 붙여 열흘 간 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수술비가 149만원 들었지만 경씨가 부담한 돈은 10만원뿐이었다. 10만원을 초과하는 병원비는 회사가 전액 지원한다는 규정 덕이다. 경씨는 “수술을 미룬 게 오히려 잘됐다”며 즐거워했다. 정규직 전환 보름 만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인천점 마트팀 이화순(48)씨도 입원비 23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의료비 지원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건강보험카드에 등재된 자녀까지 1000만원(10년 이상 근속) 한도 내에서 받을 수 있다.

 새롭게 신설된 복지 혜택을 기존 직원보다 먼저 누리는 경우도 있다. 신세계는 올 7월부터 대리 이하 직원은 강원도 속초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본점 축산코너의 황미경(53)씨는 정규직 전환 뒤 생긴 이 제도를 이용해 올여름 모처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동해바다가 보이는 스카이라운지에서 멋진 저녁식사도 무료로 즐겼다.

 신세계는 지난 6월 식품부문 직원 30여 명을 일본 도쿄의 유명 백화점에 연수를 보냈다. 그런데 절반이 넘는 18명이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이었다. 이들은 이세탄 백화점 본점, 기노쿠니야 등 고급 식품 매장을 돌아봤다. 생애 첫 해외출장이었다. 광주점 신선식품 담당 김백석(54) 실장은 “신상품 개발 의욕이 막 생기더라”며 “일본의 다양한 1인용 상품처럼 고등어 반토막, 소포장 생선회 등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본점 농산코너 이상선(37) 실장도 “정규직이 되고 나니 어떻게 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연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사과나 참외를 처음부터 5개 들이 봉지 등 소포장 제품으로 받아 바로 진열대에 쌓기만 하면 되도록 하고, 개장할 때는 진열대를 80%만 채운 뒤 붐비지 않는 시간에 마저 진열하는 식으로 업무 효율을 20%나 높였다.

 정규직 전환으로 신세계가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연간 4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신세계 김군선 지원본부장(부사장)은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즐겁게 일하면서 생산성과 서비스가 급격히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정규직원 외에 협력업체 직원에게도 교육기회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일부터 협력회사 임직원 4000여 명에게 성희롱 예방교육, 정보 보안교육 등 법정 필수교육을 제공한다. 2011년 시작된 마케팅·어학 수업 중심의 무료 인터넷 강좌 ‘신세계 동반성장 사이버아카데미’를 확대 운영하는 것이다. 협력회사가 강사 섭외와 교육 비용 등으로 고충을 겪는 점을 고려했다. 다음달에는 협력회사 사장 100명을 초청해 조직관리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 1박2일 ‘동반성장 아카데미’도 연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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