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하라' 방송뿐 … 사고 순간 코레일 직원은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사고가 난 대구역은 1일 오후 1시쯤 일단 복구됐다. 부서진 열차를 치우고, 휜 선로를 고쳤다. 당초 코레일이 발표한 이날 오전 3시보다 10시간 늦은 것이었다.

 하지만 열차 운행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기차 편은 시간에 맞춰 떠났으나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열차는 대구역을 천천히 통과하는 등의 이유로 서울 도착이 지연됐다. KTX는 평균 20분, 새마을·무궁화호는 50분 정도 서울역 도착이 늦어졌다.

 대구역은 계속 서지 않고 통과했다. 코레일 측은 “대구역을 지나칠 수는 있지만 동력장치 등을 점검해야 해 정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2일 오전에나 정차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구가 늦었을 뿐 아니라 전날 사고 직후 대구역의 대응 또한 승객들의 안전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차 추돌 사고가 나자 “대피하라”는 객실 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선로 오른쪽, 왼쪽 중 어디로 내려야 안전한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사고 열차에 타고 있던 김모(42·여)씨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유도해주는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서울·부산 등 주요 역에서는 열차가 지연된다는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승차권 자동 발매기에는 ‘지연 출발은 환불할 때 수수료를 뗀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뜨고, 이를 확인해야 표를 살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표를 산 승객들은 나중에 사고 소식을 알고 “사고 뒤에 표를 샀는데도 환불할 때 수수료를 뗄 것이냐”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코레일 측은 “사고 발생 후 2시간가량 소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는 열차 운행 지연(KTX 20분 이상, 새마을·무궁화호 40분 이상)으로 탑승을 포기하면, 요금 전액을 환불받고 지연 시간에 따라 최대 50%까지 추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코레일은 지연된 열차를 이용한 승객에겐 환불 없이 보상금만 현금으로 주거나, 다음 열차를 이용할 때 보상금의 2배만큼 요금 할인을 제공한다. 지연 사고 후 1년 이내 전국 모든 기차역에서 보상금 수령 또는 요금 할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개인 업무가 지연되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함으로써 추가 부담이 생긴 부분은 보상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측은 “피해액 산정부터 쉽지 않은 문제여서 보상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이유정 기자

관련기사
▶ 황당한 '빨간불 출발'… 최악 참사 날 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