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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좌표 찾는 한국 불교|전국 불교 신도회 주최 「심포지엄」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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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국 불교 신도회가 발간하는 월간 「법론」주최 불교 심포지엄이 24일 하오 4시 서울「타워·호텔」에서 열렸다. 『우리 나라 불교는 바로 서 있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한국 불교가 당면한 여러 문제점들을 살피고 그 타개책을 제시한 점에서 주목되었다. 불교 정화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 15년간 진통을 거듭한 한국 불교는 아직도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이바지 면에서나 불교 자체의 자세에서나 만족스런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이 이날 참석자들의 의견이었다.
승려 양성과 포교·역경 등 중요한 사업에 국한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
불도제 양성기관인 동국대 불교대가 배출한 승려는 1만명에 달하는 전체 승려수에 비해 너무나 적은 수효이며 그 밖의 승려는 대부분 중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존경받는 스님이어야 비로소 포교도 제자리에 들어갈 것인데, 질적 저하에다 수도와 정진에 뜻이 없이 단지 사찰을 지키는 사람으로 관광지의 일꾼으로만 그 몫을 한다면, 어느 누가 승을 통해 신심을 두텁게 할 것인가.
불미스런 행동을 하는 탈선 승려들이 적지 않고 사찰이 수도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현실에서, 불교가 종교로서 신자·비신자간에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재준씨 (언론인) 는 이러한 문제에 당면해서 한마디로 「고승대덕의 출현」을 요청한다.
그는 『이것이 불교의 대중화라는 오늘의 과제와 모순되는 것 같으나 실상은 여기에 상통의 싹이 있다』고 지적하고 『당면 문제는 차원 높은 대선사의 출현으로써만 불교가 사회 풍조와 국민 생활 선도에 기여 할 것』이라 했다.
홍정식 교수 (동국대)는 승려나 신자의 자세를 비판, 『상구보제 하화중생이 승의 기본 신조이며 자세로서 정립되어야 하는데 승은 이것을 잊고 있으며, 신자는 작복이 아니라 기복에 골몰하고 신앙을 자기 행복의 교환 조건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교의 난해성」에 관해 『어려운 말로 설법해야 승려의 품위를 높인다고 생각하는 고질을 버리고 쉬운 말로 교리를 전하는 훈련을 쌓도록』촉구했다.
종교가 과학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과학 이하의 단계에서 방황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불교는 미신적 요소를 제거하고 「우매한 사람의 종교」라는 평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불교의 잡신 숭배 경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승단 정화도 문제다.
김제원씨 (전국 불교 신도 회장) 는 『스님을 부처님으로 생각하고 종교 생활을 하려는 신자들』을 상기시키면서 『불교의 광채를 흐리게 하는 퇴폐적인 인간들, 일부 사이비 승들을 비난했다.
신성·존엄해야할 곳에서 먹고 살 방법으로만 승이 된 극소수의 불순 분자들이 불교의 바른 모습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 개혁은 먼저 승단의 정화와 승려의 자질을 높이는데서 시작해야하며, 이것은 사찰의 관리·운영을 신자들에게도 공개하는 합리적인 사무 처리에서 기대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청담 스님 (대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은 이러한 불교의 문제들이 재산 관리와 승려의 자질이라는 두개의 큰 난제에서 발생된다는 점을 시인, 앞으로 대학 출신의 수도 승단을 주체로해서 불교 개혁을 단합할 결심이라고 밝혔다.
짧은 시일 안에 불교의 정화·개혁을 단행할 때 생기는 마찰과 부작용을 우려한 그는 수도 승단이 좀더 강화돼야 다음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를 비쳤다.
그는 『불교의 재산 관리·운영을 사회와 신자들이 맡도록 해야한다』고까지 주장, 재산관리 공개 내지 위임을 강조했다.
종교가 타락상을 보일 때 그것은 그 종교 자체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고 국민 전체의 정신 생활에 낙망을 주는 것이며, 정신적으로 지옥에 사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즉 종교가 그 본연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불교 개혁의 제일 중요한 것이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각 사가 경영 관리의 실제를 신도에게 공개하고 맡기기로 한다는 제도적인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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